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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수 Apr 15. 2020

행동과학과 인간 심리에 대하여(3)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다루는 시스템1과 시스템2의 특징들(21~30)

행동과학, 행동경제학, 심리학과 관련된 공부를 하며 개념들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저의 생각을 덧붙여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아티클 입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0/04/15)


1. 시스템1은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바나나와 구토라는 동시에 떠올리면, 바나나와 구토의 이미지를 연결시키게 된다. 이러한 연상 작용을 설명하는 세 가지 개념으로 유사성, 인과관계, 시간적-공간접 근접성이 있다.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연상기억이 작동하는데, 한 가지 생각은 다른 생각을 일깨우고 그 생각이 다시 다른 여러 생각들을 일깨운다. 이 중 의식으로 떠오른 몇 가지 생각만 알아차릴 수 있고, 다른 모든 생각들은 사라진다. 떠오르는 생각 모두를 우리가 인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스템1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에서 시작해, 어색하게 짝지어진 두 단어를 인과관계로 연결하여 상황을 최대한 그럴듯 하게 만든다. 또한 우리의 신체는 이러한 그럴듯함에 "실제로 반응"한다.


2. 플로리다 효과 - 관념 운동 효과

노인을 생각하도록 촉발 됐다면 노인처럼 행동할 것이고, 노인처럼 행동했다면 노인을 더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양방향 연관성이라고 한다. 행동과 생각의 방향이 서로 중첩된다는 것이다. 헤드폰 음질 테스트를 할 때 좋은 음질이라고 판단되면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라고 한 그룹과 좌우로 도리질을 하게 한 그룹을 비교해보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게 한 사람들이 음질을 더 나쁘게 판단하였다. 사람은 "기분이 좋으면 웃게 되고,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3. 점화 효과 - 행동을 좌우하는 시스템1의 특징

2000년 애리조나 선거구 투표 유형을 분석한 결과, 학교 재정 지원 증가안에 찬성한 비율은 투표소가 학교 안에 설치된 경우일 때 다른 곳에 설치한 경우보다 훨씬 높았다. 이와 비슷하게 독재 사회에서 지도자의 초상화를 곳곳에 걸어두면 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자발적 사고와 독자적 행동이 줄어들게 된다. 다른 예로, 누구나 죽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면 권위주의적 사고에 더 끌리게 된다. 권위주의에 몸을 맡기면 죽음의 공포가 덜어지기 때문이다. 


전화로 거짓말을 하게 한 그룹과 이메일로 거짓말을 하게 한 그룹에게 구강 청결제와 비누를 골라서 씻게 하였는데, 이메일로 거짓말한 사람은 구강청결제 보다 비누를 골랐다.


이와 같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어떤 현상들이 다른 특정한 현상을 일으키는 트리거로 작동할 때, 이를 "점화 효과"라고 부른다. 점화 효과는 강력하지만 늘 광범위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시스템1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인상은 종종 믿음으로 굳어지고, 우리는 거기서 나오는 충동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4. 기억 착각

생각은 착각에 취약하다. 이전에 한번이라도 봤던 단어는 무척 쉽게 알아보고, 쉽게 알아보게 되면 친숙하다고 느낀다. 척 노리스라는 이름을 처음 봤다고 가정하고, 며칠 후에 여러 유명인들의 이름 리스트에서 척 노리스라는 이름을 "스쳐가듯"이라도 봤다고 하자. 우리는 이 이름을 단지  "본 적"있기 때문에 이 사람이 유명인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이름을 골라내게 된다.


5. 진실 착각

사람들에게 거짓을 믿게 하는 꽤 확실한 방법은 거짓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말을 진실로 보이고자 할 때 그 말 전체를 반복하는 형태로 "거짓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닭의 체온"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려줘도, "닭의 체온은 62도다"라는 말을 옳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아진다. 어떤 말에서 일부만 친숙해져도 전체를 친숙하게 느끼고, 나아가 전체를 옳다고 여기기에 충분하다.


6. 설득력 있는 글쓰기 요령

가장 일반적인 원칙은 인지적 압박을 줄이면 글의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독성을 극대화 해야 한다. 가독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진하게 인쇄한 문장을 신뢰할 확률이 높다

초록/노랑/하늘색 같은 연한 색 보다 빨강/파랑 같은 선명한 색으로 인쇄할 때 신뢰도가 높아진다

친숙한 내용을 현학적인 언어로 옮기면 헛똑똑이로 보이며, 신뢰도도 떨어진다.

운율을 맞춰라. 그렇게 하였을 때 더 통찰력이 있어 보인다.

자료를 인용할 떄는 발음하기 쉬운 출처를 골라라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이 누가 봐도 말이 안되거나, 듣는 사람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면 말짱 헛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시스템1이 받아들인 인상에 이끌려 살아가고, 그 인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는 때가 많다는게 심리학자들의 생각이다.


7. 인지적 압박과 노력

인지적 압박은 시스템2의 노력이 개입할 때 나타나지만, 역으로 인지적 압박이 어디서 오든 그것은 시스템2를 작동시켜, 문제를 직관적으로 해결하다가도 태도를 바꿔 문제에 적극 개입해 분석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성향이 있다. 인지적 압박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시스템2를 작동시켜서 시스템1이 제시한 직관적 답을 거부하게 만든다.


8. 인지적 편안함이 주는 즐거움

인지적 편안함은 좋은 기분과 연관된다. 때문에 발음이 쉬운 단어도 호의적인 태도를 불러올 수 있다. 이외에도 어떤 대상에 반복되어 노출되면 인지적 편안함과 친숙함이 느껴지게 된다. 이를 "단순 노출 효과"라고 한다. 여러 번 등장한 단어는 한 두번 등장한 단어보다 호감도가 훨씬 높다. 이는 영어, 한자, 사람 얼굴,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다각형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단순 노출 효과는 의식적으로 체험하는 친숙함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단순 노출 효과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생존"과 연관되어 발달했다고 한다. 반복적으로 같은 상황에 노출된다는 것은, 여러 번 노출되어도 생존에 불리하지 않다는 뜻이므로 이러한 상황을 친숙하게 여기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9. 편안함, 기분, 직관

인지적 편안함이 올라가면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단어 세 개를 보여주고 나서 연관어를 찾는다고 할 때, 실제로 연관어를 찾아내기 전에도 이미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시스템1이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이 "인지적 편안함"의 정도에 의해 얼마나 발현될 수 있는지 결정된다. 쉽게 말해 기분이 나쁘면 연관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기분은 시스템1에 분명한 영향을 미쳐서, 마음이 불편하고 언짢을 때는 직관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결과는 좋은 기분, 창조성, 잘 속는 성향, 시스템1에 대한 높은 의존성이 모두 동일한 프로세스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 정상, 놀람, 원인

뇌 반응 연구에서 무언가가 정상을 이탈하면 뇌는 놀라운 속도로 놀랍도록 민감하게 그것을 포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 부조화를 받아들이기 우해 곧바로 세상에 관한 방대한 지식이 동원된다. 우리는 수많은 부류에 대해 "정상"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 기준에 따라 임신한 남자나 문신을 새긴 귀족처럼 비정상적인 것을 그 자리에서 알아차린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인과관계가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느낌은 인과관계 유형을 논리적으로 따진 결과가 아니라, 시스템1이 작동한 결과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통계논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엉뚱하게 인과관계를 적용한다. 통계적 사고는 개별 사례의 결론을 낼 때 그 사례가 속한 범주의 특징을 고려해야 하므로 인과관계와는 다른 프로세스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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