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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 먼저 마음을 만지다

프롤로그

by 김현아

하루를 살다 보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괜히 마음이 무겁고,

평소에는 지나칠 작은 말에도

괜스레 흔들리는 날들.

그런 날일수록

나는 나에게 한 번도 잘 물어보지 못했다.

“지금, 너는 어떤 마음이야?”


우리는 살아가며

너무 많은 감정을 흘려보낸다.

순간의 서운함,

조금의 불안,

말하지 못했던 슬픔들이

마음 어딘가에 쌓여

조용히 무게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스쳐 지나간 감정들이

사실은 가장 오래 남곤 한다.


나는 어느 날,

그 무게들이 기록되지 않아서

더 무거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은 말을 하지 않으면

모양을 잃고,

모양을 잃으면

나도 이유를 모른 채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문장부터 쓰기 시작했다.


거창한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글이 아니어도 된다.

단지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한 줄이 마음 속 가장 어두운 구석을 밝히고,

흐릿했던 감정들을

조용히 제자리에 앉힌다.


쓰는 삶을 오래 지켜보며 알게 된 건

글쓰기는 잘 쓰는 기술보다

내 마음을 바라보는 태도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

문장은 나를 붙잡아 주었고,

불안한 날에는

작은 기록이 숨을 고르게 했다.

언어를 얻은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 않았다.


‘마음을 만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글쓰기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문장을 쓴다는 건

마음을 피해 도망치는 일이 아니라

잠시 멈춰

그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 보는 일이다.

그저 인정하고,

가볍게 바라보고,

조용히 머물러 주는 일.


그렇게 마음을 만져 준 날의 기록은

내가 살아낸 하루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작지만 충실한 한 줄이

흔들리던 나를 붙잡아 주고

내일로 넘어갈 힘이 된다.


이 책은

그 한 줄에서 시작된 변화의 기록이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흩어지는 생각을 붙잡고,

흔들리는 내 속도를

다시 찾아가는 여정이다.

하루 한 문장이

삶을 얼마나 조용하게 바꾸는지

나는 글을 통해 배웠다.


이제,

당신도 당신의 마음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잠시 멈춰

오늘의 감정을 가볍게 적어 보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의 첫 문장을

이제 함께 써보자.

천천히,

그리고 너그럽게.

오늘의 마음을 만져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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