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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May 27. 2020

여유에 대한 강박

어떻게 이기는 삶을 살 것인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눈과 손은 바삐 움직인다. 핸드폰을 들고 몇 시인지 확인하고, 페이스북을 들어가 알림을 보고, 브런치, 블로그, 메일 등 확인하는 것만 수차례 연속된다. 별 일이 없으면 다행이고 별 일이 있으면 그때부터 눈곱 세수를 할 새도 없이 해결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게 된다.

잠에서 눈을 뜨면 원래도 가슴이 쿵쾅쿵쾅 뛰지만 일이라도 추가되면 심박동은 더욱 요란히 소리를 낸다. 고요한 아침에 오직 시끄러운 게 있다면, 심장박동 소리일 테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긴장되면 머리도 함께 욱신욱신한다. 눈을 가만히 감고 있자면 눈덩이며 볼이며 관자놀이며 울그락불그락 하는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럴 때쯤이면, 속으로 '릴랙스'를 외친다. 쉬어야 한다. 쉬지 않아 온 얼굴에 염증이 올라오고 스테로이드성 약을 먹고 가라앉는다 싶으면 또 올라오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 쉼 없이 교감신경만 자극하니 긴장한 몸이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아니던가. 쉬어라, 제발 쉬어라 외치고 있자니, 쉬는 것 또한 하나의 과업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쉬는 것도 하나의 일이다. 일은 원래가 일이었고 쉬는 것도 일이 되어 버리고 밥 먹는 것도 일이다. 밥 빨리 먹고 쉬어야지, 밥 준비하는데 시간 걸리니까 이걸로 대충 먹어야지, 배고프니까 끼니를 채워야지, 다양한 생각으로 밥 자체는 음미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나의 일로 만들어 버리는 존재.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쉬어야 한다고 했으니 일단 잠을 자야겠다부터 시작해서 하루 24시간이 모두 강박에 의한 일로 만들어진다. 도대체 진정한 휴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쉬는 것도 일이고 일하는 것도 일이고 밥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일인 당신은 참으로 피곤할 듯싶다. 안 그래도 아침 눈 뜨는 순간부터 몸이 찌뿌둥한 것이 하루 종일 피곤할 것만 같은 하루다.


ᆞᆞᆞ


조용히 창 밖 세상을 바라본다. 천천히 사람들은 걸어가고 자동차의 흐름도 적당히 여유롭고 맑은 하늘과 푸른 나무들.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내 가슴의 심박동 수 마냥 그리도 서두르는 사람, 한 명 찾기가 어렵다. 언제부터 삶의 리듬이 이렇게 되어 갔던 걸까. 생각을 더듬어 올라가 보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웃으면 몸에 좋다, 하루 중 웃는 시간이 채 몇 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근을 하면 의도적으로 유머 프로그램을 찾아보던 나였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어느새 의무감으로 움직이고 있다. 꼭 해야 할 것 같은 임무들, 안 하면 뭔가 나에게 불이익이 올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적장 그렇게 살다 보니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염증만 늘어간다.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몸을 경직시키고 삶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렸다.

'아, 그렇다면, 삶의 의미를 찾아, 여유를 가지며 삶을 성찰해 봐야겠다. 언제부터, 하루 중 몇 시간을 그렇게 써야 할까? 이렇게 여유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내 삶은 정말 행복해질 거야!'


정말 그럴 것 같다 생각하며 오늘도 하나의 의무를 늘려간다.

2020. 5. 27.


어떻게 이기는 삶을 살 것인가

#여유 #성찰 #수필 #일기 #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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