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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울한 마음이 들 때는 상담비 아껴서 커피를 사

1.

다시 취업 준비생이 되었다.


익숙한 답답함. 익숙한 꽉 막힌 느낌, 익숙한 어두운 터널,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닫는 느낌

아주 익숙하다. 소속감 없는 외로운 느낌


이 감정은 내가 대학교 입시 때 국가고시를 준비했을 때 또 직장 다니면서 또 다른 시험을 준비했을 때 직장을 구했던 기간 중 시험을 준비할 때 느껴본 감정이다.


2.

정신병동에서 2년간 근무하고 퇴사하면서 느낀 점은 많지만 그중 하나를 꺼내보자면 아무도 당신을 도와줄 수 없다이다.


물론 의사나 간호사들이 치료적 접근을 통해 약물을 투약하고 계획을 짜고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결국 끝에 변화를 위한 버튼은 내가 가지고 있다. 내가 바뀌겠다는 의지가 있어야지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중증도의 정신질환은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3.

상담은 내담자가 마음을 쏟아내고 상담사가 분석해주고 치유받는 곳이지만 커피 같은거라고 생각한다. 카페인을 아침에 마신다고 그다음 날까지 카페인 효과가 나는 건 아니다. 인생이란 실수, 상처, 슬픔의 연속이고 그 당시 감정을 나누지만 결국 경기장에서 우울증과 맞서 싸워야 하는 건 나다.


만약  주변에 따뜻한 멘토가 있다면 정말 무너지는 순간에  순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온기와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들 그리고  순간 운이 따라 줘서 상대방의 온기를 받아들이는 용기나 변화하고 싶은 나의 의지가 만났을  그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던  같다.


상담비 10만 원을 아껴서 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아니면 마사지를 예약해서 받아보는 건 어떨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


4.

오늘 하루도 우울감이 많이 올라왔고 그 감정에 굴복한 날이었다. 침대에서 무의미한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우울한 감정으로 침대에서 하루종일 자다 일어났다 반복했다.


용기를 냈다.

친구에게 손을 뻗었고 떡군에게 오늘 하루의 감정을 나눴다.

상대방의 온기를 받았다. 그리고 친구의 말처럼 샤워를 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카페를 가서 음료수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오늘 내 우울한 감정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힘이 났다. 감사함도 올라왔다.


5.

내일 또 우울증에 굴복할 수도 있지만 밖에 한걸음 나간 것만 해도 큰 변화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은 하루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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