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랑 Oct 28. 2019

일기72

꿈에...





4개월 된 나의 아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낮잠을 잔다. 새벽에 아기와 함께 뒤척이는 나도 종종 옆에 누워 부족한 잠을 채운다.


오늘 새벽에도 아기는 어김없이 일찍 일어났다. 남편이 출근하고 빈자리에 다시 이불을 깔고 아기와 함께 누워 잠을 청했다. 짧은 잠의 끝자락에 엄마가 나왔다. 아기와 같이 자고 있는 방에 들어와 요즘 최서방이랑 힘든 건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지 뭐” 하고 여느 때처럼 대답했다. 엄마는 “그런데 왜 사람들 많은 데서 얼굴이 그러니” 하면서 안아주셨다.


요 며칠 큰 일 없이 반복적인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다. 사실은 그 잔잔한 날들 속의 피로가 누적되어 힘에 부치고 있었다. 스스로도 모르는 척하고 싶었던 피로감이었다.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신기하게 꿈에 나왔어, 하고. “어제 내 꿈에도 네가 나왔지 뭐니”하고 답이 왔다. 어린 아기를  처음 돌보는 딸이 힘들까 걱정하시다 꾼 꿈이겠지.


서로 잘 알고 있다. 내가 힘들다는 걸. 엄마가 걱정하고 있다는 걸. 그래도 선택한 삶이라는 걸. 그리고 살아내야 한다는 걸. 괜히 꿈을 꾸었다는 말로 대신한다.


꿈을 꾸었다는 말은, 알고 있다는 말이다.

아직은 괜찮다는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7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