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마케터의 지극히 개인적인 책 읽기 꿀팁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이 안 읽는다는 독서 실태율 조사의 결과가 충격적이었는지, 클릭하는 콘텐츠마다 잊을만하면 이 소식을 전해온다. 사실 서점에서 일하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날것의 데이터를 모두 지켜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 권이라도 더 팔릴 수 있도록 마음 써 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로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10명 중 4명은 책을 읽는다는 것인데, 지금 당장 내 주변인들 중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40%의 확률도 채 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평소 책 보다 넷플릭스, 유튜브를 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쉽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서점에서 다양한 독자들을 마주하며 단순히 사람들이 책의 즐거움을 몰라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댓글로 달면 추첨을 통해 책 선물을 드리는 프로모션을 기획한 적이 있다. 내가 기획한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독자들의 댓글들을 보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많고, 각자의 수많은 이유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못한, 내가 보지 못 한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 세상엔 책을 곁에 두지 못 하는 수천 개의 이유들이 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책을 세상에 더 많이 알리는 것, 독자들이 이 책에 더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빠르게 독자의 손에 책을 쥐어주는 것 거기까지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고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나도 서점 직원이자 독자로서 터득한 몇 가지 꿀팁들을 적어본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1. 집이나 카페에서 각 잡고 읽으려 하지 말고, 이동 시간 활용하자.
아마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물으면 가장 많은 대답이 시간이 없다는 것일 테다. 나 또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다. 대학생 때부터 편도 1시간 정도 거리의 이동에 익숙해졌기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 됐다. 오히려 지하철에서 더 책이 잘 읽힐 정도다. 모두 핸드폰 속 릴스에 중독되어 있는 지하철 안에서 홀로 종이책을 펼쳐드는 감각도 꽤 나쁘지 않다.
2. 종이책을 들고 다니기 무겁다면? ebook을 활용하자. ebook리더기가 없어도 된다.
최근 알뜰폰 요금제 중, '밀리의 서재' 어플 이용권과 결합된 요금제가 나왔다. 원래 사용하던 요금제와 금액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서 바로 요금제를 변경했는데 만족 중이다. 사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려고 해도 지옥철에 꽉 끼어서 가느라 어려운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출퇴근 길에 두 가지 호선을 타는데, 하나는 지옥철이기에 그 환경에서 책을 읽기 쉽지 않다는 것에 너무나 공감이 간다. 이럴 때 이북리더기 필요 없이 핸드폰에 ebook 어플을 깔아서 책을 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된다. 눈이 아프면 ebook리더기를 사는 것을 추천하지만, 간단하게 보고 싶다면 그냥 핸드폰으로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차를 운전해서 다니는 분들 혹은 핸드폰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꽉 낀 지하철을 타는 분들에게는 오디오북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책 살 돈이 없어요.
3. 경제적인 장벽이 있다면? 중고서점/도서관 이용 혹은 인터넷 서점의 교환권을 모아서 사보자.
나는 인터넷 서점들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일이기에 매일 서점들을 둘러보곤 하는데,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혜택들이 꽤 쏠쏠하다.(나도 혜택을 제공하 게 일이다..)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때문에 30%, 50%씩 할인을 할 수가 없기에 적은 금액의 교환권들을 자주 뿌린다. 서점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나도 서점들이 제공하는 금권 혜택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던 사람이었어서, 수많은 혜택들을 알게 된 후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금액이 부담된다면 각 서점의 혜택들을 꼼꼼히 챙겨보자! 중고서점,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어요.
4. 스마트 도서관 / 책단비 서비스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도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도 전에 살던 동네의 도서관이 높은 언덕을 오래 올라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안 가게 된 경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 지역에 스마트 도서관 서비스 서비스가 있는지 찾아보면 좋다. 나는 회사가 은평구 근처라, 은평구 책단비 서비스를 열심히 이용 중이다.(꼭 본인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 도서관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각 지역의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해 '무인예약'을 클릭하고, 원하는 역을 선택해 주면 해당 지하철 역 책 보관함에 내가 대출한 책을 가져다준다. 반납도 지하철역에서 할 수 있다. 자차를 이용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지하철역은 하루에 한 번씩은 가게 되는 공간이니까, 왔다 갔다 하는 길에 책을 쓱 픽업해 가기 좋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나도 조금 더 다양한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책 읽을 체력과 여유가 없어요.
6. 오디오 북, 책 관련 팟캐스트라도!
책을 읽지 않는 또 다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는 것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책 읽을 체력과 여유가 없다는 것. 이런 경우 읽는 게 아닌 듣는 오디오북을 선택하거나, 책을 소개하는 책 관련 팟캐스트라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들고 넘겨가면서 읽는 방법이 아니니 에너지 소모가 덜 하고, 들으면서 청소를 하거나 요리, 설거지, 산책을 하는 등 다른 활동들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팟캐스트 씬에는 책을 다루는 콘텐츠가 제법 많은 편이고 대체로 재미있어서,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 분명 생길 것이다.
7. 부담 없이, 일단 책을 펼쳐서 단 한 줄이라도 읽자!
너무 지쳐서 그냥 누워 넷플릭스나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딱 한 줄만이라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볼 것을 권한다. 그 시작이 어렵지 책은 한 줄을 읽으면 한 페이지를 읽게 되고, 한 페이지를 읽으면 계속해서 읽게 되는 특성이 있기에, 그냥 한 번 훑어본다~는 느낌으로 힘을 빼고 첫 페이지를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독서를 어렵고, 딱딱하고, 부담스러운 일로 느끼지 않는 독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