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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다혜 May 19. 2024

마음의 평온을 얻는 에세이 읽기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 전 스승의 날을 기념해 대학 시절 교수님을 뵈러 갔다. 난 대학시절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단 사실..! 교수님 그리고 과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대의 강의실에서 주고받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올해 특히 머릿속에서 자꾸 끄집어져 나오는 문장이 있었는데, "에세이는 김치 먹는 것처럼 늘 곁에 두고 읽어야 해."라고 하신 교수님의 말씀이다. 나는 에세이를 즐겨 읽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아마 교수님의 이런 말들에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이제 에세이 그만 읽어야지,라고 다짐해도 계속해서 에세이에 손이 간다.

또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면, 책을 읽다 우연히 마주한 문장들에서 오는 위로와 응원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다른 장르의 책 보다 작가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낸 에세이 장르의 책들이 특히 더 그랬다.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우울하거나 불안해지곤 했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널뛰는 감정에 대해 자주 주변에 털어놓는 편이 아니었다. 괜히 사소한 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내 주변 누군가에게 떠넘기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늘 있었고,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이 되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럴 때 마주했던 에세이 책들은 차마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미묘한 감정의 이야기를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때론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정확한 문장으로 만났을 때야 내 마음의 정체를 알게 되기도 한다. 독서의 쓸모는 정말 다양하다.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기,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팁을 배우기, 환상적인 세계의 스토리에 푹 빠져 재미를 느끼기 등 다양한 범주의 쓸모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문장을 만나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라는 점이 계속해서 에세이를 읽고, 기대하게 하는 점인 것 같다.


겸손하지 못하고 주변에 다정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을 땐,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었고,
”그렇게 천천히 '나'라는 사람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그 대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이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별게 아니다, 나의 시도 별게 아니다, 하지만 나도 용감하게 사랑할 수가 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시와 소설이 많았고 또한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런 그들을 응원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다 보니 시 쓰는 일도 더욱 행복해졌다.”


나만 내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을 때, 책 <길 잃기 안내서>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남들보다 유난히 더 멀리 간다.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알맞은 자아, 혹은 적어도 의문을 제기받지 않는 자아를 생득권처럼 타고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생존을 위해서든 만족을 위해서든 자신을 새로 만들어내려고 하고 그래서 멀리 여행한다. 어떤 사람은 가치와 관습을 상속받은 집처럼 물려받지만, 어떤 사람은 그 집을 불태워야 하고, 자기만의 땅을 찾아야 하고, 맨땅에서부터 새로 지어야 한다.”


모두 내 인생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문장들이다.

나의 오랜 일기장들!

나조차 몰랐던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 문장을 마주하고 위안받은 경험을 하고 나니, 다시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어디엔가 내 마음을 대변해 주고 위로해 주는 책이 있으리란 생각에 책을 찾아 읽으며 힘든 시기를 건너갈 수 있게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많구나라는 감각이 묘한 안도감을 주고, 때론 문제에 대한 해답 혹은 힘든 시기를 이겨낼 태도를 얻기도 했다. 가족과 친구로부터 받는 위로와 응원과는 또 다른, 더 큰 세상으로부터 받는 응원이 되어준다. 몇 백 년 전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 동시대의 화려해 보이는 저 사람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대개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은 내가 왜 이러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도, 내가 눈치채지 못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딘가 불편한 내 마음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문장으로 만들어낸다면, 평온을 찾아올 방법을 위한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늘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세이를 곁에 두고 읽는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밑미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는 에세이 읽기> 리추얼을 기획했다. 부디, 이 시간들이 나와 모두에게 평온을 가져다 주는 안전한 시간이 되기를!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구경하러 오세요 :-)

https://www.nicetomeetme.kr/rituals/01hxtpde0ygy2n1cj2x4zw14xb 


사진 ⓒ 밑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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