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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다혜 Aug 13. 2024

나대라!

올해의 결심, 잘 지키고 있나요?  

2024년 올해의 결심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대라!"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좋아하는 팟캐스트 에피소드 때문이었다. 1월 1일 새해, 늘 애청하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가 업로드되어 부리나케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그 에피소드의 제목이 바로 "나대라!"였다. 보통 나댄다고 하는 말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단어가 여성에게 붙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에서는 나를 세상 밖에 꺼내보이고 홍보하는 일, 내가 해보겠다고 먼저 손드는 것, 내가 해낸 일을 해냈다고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고 큰 용기를 얻었다. 특히 에피소드에서 소개된 이 문장이 마음을 덜컹하게 만들기도, 조금은 서늘하게도 만들었다.

계속 나를 알리고! 새 일을 하고! 홍보하고!
쑥스러움, 부끄러움, 낯가림이 심해서 나댈 수 없다면
세상은 당신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다.


나대지 않으면 세상은 나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다. 내가 해낸 일들, 내가 만들어낸 의미와 가치들을 알지 못 한다. 사실 누군가에겐 나의 일에 대해 내 주변에만 소소하게 알리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그만큼 나에게 올 기회도 소소해진다. 나를 더 알리면 알린만큼 더 큰 기회가 온다. 사실 나만해도 협업할 누군가를 찾아볼 때, 주로 온라인상에 자신을 알린 사람들 위주로 후보를 추리게 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있는 사람을 내가 기어코 찾아낼 수는 없으므로, 어느 쪽에서 생각해도 이 문장은 맞는 말이다.

언젠가 내가 회사를 떠나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우리 회사는 작년 희망퇴직을 진행했기에, 떠나는 과차장님의 뒷모습을 직접 봐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던 차장님이 떠나기 전에 해주신 말이 아직도 계속해서 생각난다. '너의 것을 해. 회사 떠나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아.' 쉽게 회사 일에 휩쓸리는 내가 늘 새기려고 하는 말이다. 올해는 '나대라!'정신으로 추후 내가 언젠가 회사를 떠났을 때 내가 나로서 일할 수 있는 발판 작업들을 조금씩 시작해보고 있다. 그런데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나대는 일엔 내내 조금은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자책하는 자기 검열의 시간이 항상 함께 한다.

'내가 너무 나댔나? 누군가에게 불편한 글을 썼나? 누군가를 고려하지 않는 글을 썼나? 남들이 비웃을까? 실상은 저러지 않으면서 꾸며낸다고 생각할까?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할까?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고 생각할까? 앞뒤가 다르다고 생각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보통 잠에서 깼을 때 가장 심하게 들이닥친다. 깨자마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평소에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라던데. 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여전히 남의눈을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인가 보다. 남의 눈을 신경 쓰면서 남의 눈앞에 나의 여러면을, 그것도 입체적인 모습이 아닌 단편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 나의 작고 허술한 창작물을 내놓는 것. 조금의 좋은 반응에도 기뻐하는 것, 좋고 나쁜 오해들을 받는 것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한 번쯤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기에, 더 늦기 전에 해보고자 한다. 일단 나대보자! 아님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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