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을 보내며
여름은 늘 순간에 사라진다.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여름 애호가지만, 오랜만에 서늘한 가을밤바람이 반갑게 느껴진다. 늘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이 간다는 생각에 아쉽고 슬펐는데, 이번엔 드디어 여름이 끝났구나 하는 후련함 마저 조금은 느껴진다.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에 조금은 공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2024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밀려오는 압박감에 좋아하는 계절에도 마음 편히 행복해하지 못했던, 타이트했던 여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 당시엔 너무 괴로웠는데 이제 서서히 그 시절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인지 마음이 조금은 평온해졌다. 일이라는 바닷속에 푹 던져졌다가, 축축해진 옷을 끌고 터덜터덜 나온 기분이다. 일과 삶을 잘 분리하는 해야 하는 이유, 일에 적당히 욕심내는 법, 그러면서도 일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 모두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늘 잘 안 되는 부분이지만 노력해 봐야지. 그래도 이 여름 동안 뙤약볕에서 흘린 땀과 퍼부은 비를 맞아 낸 경험 덕분에 한 뼘 더 성장했을 거라고 믿는다. 고통과 성장은 늘 함께니까.
이 여름이 내게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을지는 되돌아봐야 알 수 있겠지, 이제야 한숨 돌린 마음에 내내 밀린 잠이 쏟아지는 가을 주말이다. 침대에서 몸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후 세네시까지 계속 잠만 잤다. 그래도 몸을 일으켜 기대했던 아이큐 콘서트를 보러 갔다! 마침 여름을 보내는 글을 쓰고 갔는데, 'bye summer'라는 신곡을 들려줘서 올해 기억에 가장 남을 순간이 되어버렸다. 아이유가 올해 여름에 월드투어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담은 곡이라고. 어제까지 여름이 남아있다가 딱 오늘부터 가을 날씨로 변했는데, 그런 날 너무 적절한 곡을 들려줘서 좋았다. 나도 이제 그만 여름을 보내줘야지. 나의 다양한 여름들,, 안녕! 덕분에 즐거웠어!
안녕 내 오랜 여름아 뒤돌아 보지 마 어려운 말 없이 이대로 보내주자 멀리
bye summer 인사할 때야 서늘한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