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계와 인간의 관계
백남준은 「사이버네틱스 예술」 선언(1965년)에서 사이버네이티드된(자동화되어가는) 삶에서 겪는 좌절과 고통은 사이버네이티드된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자동화된 삶, 오늘날의 스마트한 삶에서 겪는 고통의 치료법은 결국 스마트한 기술을 경유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스마트한 삶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고 인간이 로봇을 조종하는 것처럼 서로를 객체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 환경의 시스템 깊숙이 접속하여 인간, 기계, 혹은 인간 비인간 사이의 새로운 접합의 지점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의 참여 작가들은 사이버네틱화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균열을 내고 적극적으로 우리의 기술 환경을 탐문해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독려합니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주도해온 지구의 지질시대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경고하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망을 구축하여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밝은 미래 – 사이버네틱 환상, 전시 서문 中
작년 이맘때,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우리의 밝은 미래 – 사이버네틱 환상》에 다녀왔었다. 전시는 기계와 인간에 대한 질문 몇 가지를 던지며 시작했다. 여러 질문 중 ‘기계는 정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을까’에 대한 질문이 지금까지 계속 머리를 맴돈다. 기계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 또 완전히 대체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했다.
기계는 아이들에게 지금과 다른 의미가 될 것이다. AI 시대인 지금,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로 세상을 접하는 ‘디지털 본(Digital Born)’ 세대다. 멀티태스킹이 일상생활이 되고, 웨어러블 기기는 무수히 많은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그러한 시대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은 당연히 기계를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게 되며, 지금의 기성세대가 품고 있는 기계가 인간처럼 보일 때 받는 거부감이나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은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면 ‘이게 뭐라고 고민거리였을까’하는 반응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AI 시대를 공유하는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당면한 과제이다. 맥도널드에 가보면 몇 대의 키오스크 기계들이 점원을 대신해 주문을 받고 있다. 기계를 통해서만 주문을 받는 매장도 생겨났고, 머지않아 모든 매장이 완전 자동화 매장으로 바뀔 것이며, 상주하는 직원들 또한 최소화될 것이다.
얼마 전에는 ‘키오스크 기계가 주는 편리성’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의 논제는 장애인의 키오스크 사용에 관한 것이었는데 기사를 읽고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과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키오스크 기계 앞에서 망설이다 주문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계가 가진 능력을 얼마만큼 활용하는지는 사용하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우리는 기계가 주는 편리함은 공평하지 않다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백남준은 사이버네틱스 예술 선언(1965)에서 사이버네이트된 삶에서 겪는 고통은 ‘사이버네이티드’된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밝은 미래를 위해서 전 지구적이며 가장 ‘인간답게’ 사이버네이티드된 문제 해결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다양한 시각으로 같이 공유하고 고민해 풀어내야 할 숙제이다. 또한, 100%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없는 기계와의 인간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서 가장 기계와 조화롭게 사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