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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오 Dec 25. 2022

팔방미미(八方美味)의 매력을 가진 닭고기

 최근에 흥미로운 식당 허나를 방문했다. 나만 몰랐지 이미 업계에선 소문날대로 소문난 핫한 식당이었다. 

숯불닭갈비를 선봉장으로 내세우는 식당이지만 닭특수부위라는 메뉴로 손님들을 끌어모으는 식당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주 전문적이고, 촘촘하게 잘 짜여져있는 단단한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에는 연일 일 최고매출을 기록중인 가맹점을 앞세워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음식의 맛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이 식당엔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여러가지가 있었다. 

가장 먼저 고기를 굽고, 반찬을 올리는 불판이 아주 특이했다. 숯불닭갈비 전문점 식당의 이름이 왜 팔각도인지 불판을 보면 금세 이해가 된다. 특허를 내 독점을 하고 있다는 불판은 숯불닭갈비 구이에 특화되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 불판 하나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것을 먹는다는 느낌을 주게 만든다. 불판을 주위로 김치와 백김치, 김, 각종소스, 궁채장아찌, 표고버섯와사비 등 개성있고 독특한 반찬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은 배치였다.


 음식의 맛이나 특이한 반찬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내가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이곳의 다소 특이한 주문방식이다. 팔각도는 기본적으로 1인분 주문이 되질 않는다. 상차림이 다소 거한 식당에선 기본 3인분 이상 주문을 해야지만 손님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크게 과한 요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팔각도 역시 반찬과 소스를 합쳐서 8가지가 기본 상차림으로 준비되어 있으니, 1인분에 만원 남짓하는 닭갈비 2인분을 주문하는 건 그리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닭갈비가 아닌 닭 특수부위 2인분을 가장 먼저 주문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에는 달목살과 안창살, 연골 3가지가 특수부위 메뉴로 준비되어 있다. 닭고기에도 안창살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흔히 아는 닭똥집이나 간, 염통 등 외에도 꽤 다양한 특수부위가 존재하는걸 알 수 있었다.

그 점에 흥미를 느낀 우리는 닭목살 2인분을 먼저 주문하려고 했는데, 직원의 대답이 조금 독특했다.


"고객님 닭목살은 닭 한마리에 한 조각밖에 나오지 않아서 다른 부위를 소비해주시지 않으면 수급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죄송하지만 닭갈비 2인분을 먼저 드신 후에 특수부위를 주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듣자마자 그래서 뭐?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게 솔직한 마음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내가 먹겠다는데 무슨 상관인가? 라는 반발심이 들었지만 잠시 생각하다보니 나의 상상력은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닭 한마리에는 목살 한 점이 나온다. 닭목살 한 조각에 20g정도 된다고하니 180g 1인분만 먹어도 닭 9~10마리가 희생되는거나 다름 없었다. 2인분만 먹어도 20마리의 닭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조금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이 식당에 들어와 있는 손님만 봐도 얼핏 70~80명은 되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시간 희생되는 닭의 숫자를 벌써 계산하기가 어려워졌다. 닭목살보다 안창살이 더 적게 나온다고하니, 직원이 하는 말이 1인분이라도 더 팔기 위한 멘트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보니 이 곳의 최고 일매출은 약 700만원 가량. 그리고 이미 전국에 같은 식당이 60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으니, 전국의 팔각도에서만 소비되는 닭이 도대체 몇 마리란 것인가?



 그런데 닭갈비전문점이 팔각도뿐인가? 팔각도보다 더 오래, 더 많은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유가네닭갈비에서 소비하는 닭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럼 봉추찜닭같은 찜닭집은? 한신포차의 닭발은? 맘스터치의 치킨버거는? 오마이갓 전국에 60만개가 넘는다는 그 많은 치킨전문점은?

도대체 이 나라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닭이 몇 마리란 말인가? 겨우 5천만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이 정도인데, 일본은? 미국은? 중국에선? 인도에서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분명한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닭고기가 소비되고 있었다.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가 있고, 돼지고기보단 양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도 존재한다. 하지만 닭고기는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그 나라만의 요리법이 존재하고, 사랑받는 육류이다. 그만큼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는 의미.

 나는 닭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채식주의자들처럼 육식을 당장 금지할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맛좋고, 다양한 닭고기 요리를 오래오래 즐기기 위해선 팔각도 직원의 요구처럼 닭고기 부위 편식을 하지 않을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 팔방미인이라는 말처럼 모든 부위가 맛있는 팔방미미(八方美味) 닭고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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