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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Dec 13. 2023

열 아들이 없어서, 딸이 하나여서 속상했구나...

"해방 됐다. 물티슈에서..."

"마음껏 써.."

"최여사가 나한테 휴지 주지 말라고 여기저기 말해놔서, 아무도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날 치매노인 취급했어."

"(속상한) 그깟 휴지가 뭐라고... 여긴 엄마 집이니까...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휴지를 안 줄까 봐 눈치 보는 엄마에게

원 없이 휴지도 물티슈도 장갑도

엄마 마음대로 하실 수 있도록

드리고 있다.


엄마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동안 여사님께 받은 구박이 심해서...

집에 오신 얼마 동안은 엄마가 눈치를 많이 보셨다.

하지만 이제는 몸도 마음도 매우 자유롭고,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다 하시는 예전의 엄마로 돌아오셨다.

그런 모습에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

  




엄마가 입원했던 기간 동안

병원을 자주 찾아가 면회를 한다 해도~

또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하루에 2번 이상 한다고 해도~

코로나방역으로 인해 보호자 입실이 안되다 보니...

솔직히  엄마와는 내면의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없었다.

특히 간병인 여사님에 대한 엄마의 속마음은 전혀 헤아릴 수 없었다


엄마말에 의하면

엄마가 전화로 조금만 불편하다는 소리가 들리면

(스피커폰으로 얘기하다 보니 병실의 모든 사람이 듣고 있다)

전화를 끊자마자 여사님이 엄마한테 엄청 잔소리를 해대는데....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오줌을 지릴 정도로 놀래곤 하셨다는 거다.  


여사님과의 2년 9개월... 오랜 기간 정을 쌓았다.

나 역시 가족같이 지내려고 노력했다.

웬만하면 엄마가 천국 가실 동안. 끝까지 함께 할 맘도 가졌었다.

그러나...

간병을 오래 하다 보니 여사님은 지켜야 할 '선'을 구분 못하시게 된 것 같았다.

무릎과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오겠다더니

글쎄... 얼굴을 쫘악~ 땅기는 거상수술과

쌍꺼풀과 코를 세우는 성형수술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본인이 아픈 것을 더 티 내는데.. 그녀의 어이없는 태도에 나의 사랑은 싹 다 사라지게 됐다.


"최여사를 천국 보내야 하니... 집에 함께 가서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엄마. 예수님을 전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지만, 구원을 책임질 순 없어."

"내가 전도했잖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어. 데리고 가자..."

"아니! 여기까지야..."


여사님이 커튼너머에서 듣고 있는 걸 알았기에,

더 단호하게 말했던 것 같다.  

병원에서의 마지막 일주일 동안..

엄마는 계속 나에게 사정 아닌 절규를 하셨다.

그 일주일이 지옥 같았다고 말하실 정도로 여사님의 태도 돌변은...

엄마가 그동안 알고 있던 지냈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했다.


용변을 보면 "또 눴어?"라며 기저귀를 갈아주기는커녕 수치감을 줬다고 했다.

내가 면회를 가도 표정이 엄청 싸늘했으니

엄마한테 얼마나 싸늘하고 냉정하고 거칠게 했을지는 눈에 선했다.   



엄마가 가장 속상했던 사건을 얘기해 주는데...

내가 너무 분노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옆 침대 할머니에게 아들 둘, 딸 둘이 있어서...

면회 올 때마다 자식들이 간병인에게 용돈을 쥐어줬다는 거다.

그런데 엄마는 딸이 하나뿐이라서... 용돈도 적고, 먹을 것도 별로 안 싸 온다며

엄마한테 왜 딸 하나만 낳았냐는 말을 했다고 했다.


"열 아들 안 부러운 딸 하나, 우리 정원이만 있으면 됐는데....

내 딸이 제일 자랑스러웠는데... 최여사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왜 내가 하나만 낳았을까 후회되더라고..."


당장이라도 최여사에게 전화를 해서 한바탕 하고 싶었다.

딸이 하나인 게 왜!!

뭐가 잘못 됐는데?

열 아들 있어도,

한 명도 제대로 찾아와 볼까 말까 하는 세상에.

간병만 잘하면 됐지...  

왜 엄마의 삶을 후회하게 만들어!!!...


"엄마, 정말 딸이 하나인 게 속상했어?"

"너 하나 잘 키워서... 내가 이렇게 호강하는데... 천국 가면 아빠한테 나만 받아서 미안하다고 말해야겠어."


엄마는 이 에피소드를 두고두고 한 달이 넘도록 두고두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아무에게 말할 수 없었던 속상함을...

이제 속 편히 하게 되니... 엄마는 이 곳이 천국 같다고 했다.

엄마가 집에 오신 지 딱 일주일 되던 날

최여사와 10초의 통화를 했다.


"할머니 잘 계시죠?(맨날 어머니라고 하더니. 호칭이 바뀌었다) "

"그럼요. 너무~~ 행복해 하세요. 진작 집으로 모실 걸 그랬어요. 더 건강해지셨고요. 여사님은 어떻게...."

"제가 일하던 중이라. 바빠서 끊겠습니다"


내가 말하고 있는데 바로 끊어버리셨다.

응?

무슨 뜻의 전화일까?

생각해봤는데.. 엄마를 모시고 있었던 그 기간이  여사님에겐 가장 "꿀~"이었던 거다.  

다시 부를까 싶어서 전화를 하신 듯한데...

전혀 그럴 기색이 안 느껴지니 바로 끊어버리신 것이 아닌가 싶다.

이로써.

그동안에 최여사님에 대한 나의 미련은 완전히 끝을 맺었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어떻게 버티고 인내했는지를... 이제 와서 들으니 정말 죄송했다.


엄마 드시라고 사다 줘도, 엄마는 줬는지도 모르고

엄마 듣는데 중국어로 지랄지랄을 했다는 그 말에

그분께 드렸던 돈이... 매우 많이 아까웠다

참고로 여사님은

엄마를 만났을 때 경기도 수원의 쪽방. 장마 때마다 물 차는 지하월세방에 사셨지만

올해 초 서울 신도림의 2층, 방 3개의 빌라로 이사를 하셨다는 거...


엄마는 말씀하신다.

최여사님을 얼마나 예수님이 사랑하시는지..

그러니 영접기도도 하고 교회도 한번 이만 갈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그분의 앞으로의 인생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이런 엄마가 나의 엄마라는 것이

난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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