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누군가 벨을 눌렀다.
예배는 10시 30분인데 정집사님은 10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오신 것이다.
문을 열자마자 마스크를 쓴 정집사님은 "권사님!~~"하면서 달려오셨다.
난 그 앞을 가로막았다.
화장실에 가셔서 손을 씻고 오시라고...
코로나가 기승이라 손 씻고 엄마와 대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집사님은 미안하다면서 얼른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엄마에게 달려오셨다.
이 대화가 마치기도 전에, 또 벨이 울렸다.
이번엔 지역장님인 장권사님이셨다.
예배시간이 아직 멀었는데도 불구하고 빨리 오시는 모습에서...
역시 권사님들의 예배를 사모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엄마는 장권사님의 등을 토닥거려 주시면서 웃으셨다,
그리고 엄마의 표정에서 많이 들떠 계심을 느꼈다.
사실 목사님을 모시고, 지역예배를 정식으로 드리는 것이 엄마의 꿈이셨는데,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같은 지역식구인 이모 역시 일찍 오셔서 든든하게 옆자리를 지켜주셨다.
엄마의 지역의 권사님들이 속속히 도착했다.
목사님까지 7명... 그리고 엄마와 우리 여사님과 나...
총 10명이 함께 예배를 시작했다.
말씀은 잠언서 16장 3절과 9절었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엄마 옆에 앉아계신 여사님께서 잠언말씀을 펴서 보여주시고,
엄마는 돋보기를 쓰고 말씀을 또박또박 읽으셨다.
'아... 눈물 난다... 이렇게 하나님은 엄마의 소원을 하나하나 들어주시니 너무 감사해서...'
엄마가 같은 자세로 1시간 반을 넘게 앉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다리가 붓거나 쥐가 날까 봐 엄청 걱정을 했더랬다
그런데 그건 나의 조바심이었다.
엄마는 거뜬히 예배와 통성기도도 잘하셨고
한 손이 마비인터라 오른손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찬송도 훌륭히 잘 부르셨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이 조금이라도 안 좋은 권사님들은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며 달려오신 권사님들께 너무 감사했다.
엄마를 오래 편안히 모시기 위해선,
집을 좁힐 필요가 있었고... 작은 집이라 많은 분들이 오시면 좁을 거라 걱정했으나
하나님께서 딱 맞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원을 보내주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예배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고, 엄마는 예배 이후에... 정신이 더 또렷해지시고 말씀도 잘하셨다.
이것이 예배의 은혜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뜻을 사람은 알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왜 이런 상태로 엄마가 오랜 기간 아프셔야 하나?
왜? 왜? 왜? 질문을 하지만, 하나님은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확실한 건..
엄마의 아픔을 통해 내가 변화되었다는 거다.
엄마가 아프지 않으셨다면, 난 아직도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헌신과 봉사, 섬김과 나눔에 대한 기쁨도 몰랐을 것이다.
이걸 알려주시려고,
하나님은 지금의 어렵고 힘든 상황들이 계속 이어가고 계시다는 것이다.
이젠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때.
엄마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
주무시듯 고통 없이 천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눈물 나는 기도지만, 이것이 어쩌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가장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