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니어급 직원 대상 워크숍을 다녀왔다. 1박 2일 일정이었던 워크숍은 팀빌딩, 개인 성향 분석 등 흥미로운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세션은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환상의 섬’ 게임과 개인 성향 분석을 위한 ‘DISK’ 성격유형 검사 세션이었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 간에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먼저 ‘환상의 섬’ 게임이란 약 20일간의 모의 항해 기간 내에 어느 팀이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해내는지 경쟁하는 게임이다. 각 팀은 개인별로 역할을 부여하고 약 20일간의 항해 기간 동안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 후 게임을 시작한다. 항해 과정에서 태풍, 폭염 등의 예측 불가한 외부 상황이 발현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장비, 보급품, 정보 구매 등의 비용을 지출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퀴즈를 풀고 퀴즈를 맞출 때마다 ‘깃발’을 획득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매출’에 해당한다. ‘DISK’ 성격유형 검사는 성격유형을 크게 ‘주도형(Dominant), 사교형(Influential), 안정형(Compliant), 신중형(Steady)’ 4가지로 구분하고, 개인이 각 유형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본인의 성격유형을 알 수 있다.
환상의 섬 게임에서 우리 팀이 총 5개 팀 중 1등을 차지하였다. 그중 한 개 팀은 항해를 다 마치지 못하고 항해 도중 비용을 다 소진하여 파산하였다. 우리 팀이 운이 좋았거나, 팀원들이 똑똑해서 1등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DISK 성격유형 검사 후 굉장히 흥미로운 결과를 알게 되었다.
각 팀은 4~5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었는데 우리 팀은 D형, I형, S형, K형의 각기 다른 성격유형의 팀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항해를 마치지 못하고 파산했던 팀은 팀원 모두가 한 가지 유형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팀들도 특정 성격유형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물론 다양한 성격유형의 팀원들로 구성되었던 우리 팀이 1등을 차지했다고 해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항상 성과가 좋다고 결론 내긴 어렵다. 성과 혹은 성공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성격유형의 팀원들로 구성된 팀과 단 하나의 성격유형으로 구성된 팀의 성과가 극단적으로 달랐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통 팀 내에서도 사람들마다 성향이 다 다른데 그로 인한 갈등을 목격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추진력은 강하지만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꼼꼼히 마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성향의 팀원들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이 두 성향의 직원들이 오히려 시너지를 내고 있기도 하다.
요즘 외국계 회사 채용 공고나 채용 사이트를 보면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회사들이 많다. 예전에는 이런 회사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위해서 ‘다양성’을 강조하고 홍보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쩌면 다양성이 정말로 팀의 성과나 창의성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실제 리더십 계층의 다양성이 높은 조직은 EBIT 마진이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9%*나 높다고 한다.
* 출처 : HOW DIVERSE LEADERSHIP TEAMS BOOST INNOVATION(Boston Consulting Group, 2018)
2017년 기준 한국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4%로 아시아-태평양 20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다양성에는 직원들의 성향, 성별, 종교,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하겠지만 한국 회사들의 다양성은 내가 체감하기로도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조직의 리더 혹은 인사를 담당하는 직원이라면 조직의 ‘다양성’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볼 부분이다.
* 출처 :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이사회 임원’ 보고서(국제여성기업이사협회(Corporate Women Directors International,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