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를 해결할 몇 가지 방안
코로나가 한국을 뒤덮은 지 약 7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마스크 없는 일상이 어색해졌고, 매년 손꼽아 기다리던 해외여행의 기회도 당분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군대에 있을 때도 운이 좋아 매번 명절에 가족들끼리 모일 수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올 추석은 아마 집에서 나 홀로 보낼 것 같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어떤 지인들은 직장을 잃거나 정부지원을 받으며 버티고 있지만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더욱 타격이 클 것이다.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정말이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인한 것이니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 블루'로 인해 우울, 불안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과 정신과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얼마 전 같이 일하는 동료는 실제 상담을 요청하기 위해 예약전화를 했는데 2주나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 ‘코로나 블루’ 앓는 청년들…2030 자해·우울증 확 늘었다(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1983.html
- Prevalence of stress, anxiety, depression among the general population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https://globalizationandhealth.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992-020-00589-w
나도 성격이 다소 예민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잠도 잘 못 잔다. 어릴 땐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원망도 꽤 많이 했다. 그러나 성격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다. 그래서 이런 성격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스트레스와 비관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결과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대학 시절 내 인생을 바꾼 강의가 있다.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긍정 심리학' 수업이다. 교수님께서는 과제로 학기가 끝날 때까지 주 3회 이상 감사한 일 3가지를 적는 '감사의 일기 쓰기'를 내어주셨다. 처음엔 초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이런 유치한 과제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때는 내가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하는 일마다 안 풀려서 세상에 대한 원망도 가득(?)할 때였다. 처음엔 감사한 일 3가지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찾아보니 아주 사소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하루 중에도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놓칠 줄 알았던 버스를 가까스로 탔다던지, 학식으로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가 나오는데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한다던지.... 이렇게 매일 아주 사소하지만 감사한 일을 계속 쓰거나 생각하다 보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이 바뀌게 된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남들보다 비참하거나, 하는 일마다 안 풀릴까라고만 생각하다가 나에게 이러한 어려움, 단점은 있지만 감사한 환경, 장점 등이 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 감사의 일기를 꾸준히 쓰진 않지만 이 수업이 끝나고 사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단기로라도 감사의 일기를 쓰면 도움이 많이 된다. 늘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라는 뻔한 말보다는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쓰지 않고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 중 감사한 일 3가지를 생각하는 습관이라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보통 군대에서는 이등병 때가 제일 힘든데 나는 상병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 당시 Ex에게 차이고 선임과 트러블도 있었고, 일적으로도 변화가 많은 시기였다. 사회에 있었으면 친구들에게 털어놓거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풀 수 있었을 텐데 친구들도 같은 시기에 다 군대를 간 마당에... 방도가 전혀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분노가 차오르는 화병 비슷한 증세도 있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없으니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그냥 나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적기만 했을 뿐인데 적고 나니 시원한 감정이 느껴졌다.
지금은 힘든 일이 있거나 하면 친한 친구들이나 믿을 수 있는 지인에게 털어놓는다. 단순히 내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기분이 풀린다(그렇다고 너무 자주 부정적인 감정을 지인에 표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일기도 쓴다. 올해 6월은 하루하루가 힘들어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상황이라면 일기장에라도 숨기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 고민과 감정 아주 솔직하게 적으면서 털어놓아 보는 건 어떨까?
나는 운명을 믿는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의 환경과 삶은 제각각이다. 지구가 생겨난 뒤 수많은 생명들이 태어나고 죽었지만 똑같은 인생을 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삶이 힘들 때는 '왜 남들은 다 행복한 거 같고 이런 힘든 상황을 겪지 않는데 나한테만 이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거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계절이 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봄의 시기가 있는 반면 참 안 풀리는 겨울의 시기도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그 시점이 다를 뿐.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냐고? 그것 또한 어쩌면 이미 정해진 내 인생이다. 종교를 믿진 않지만 만약 신이 그렇게 정했다면 나는 어쩔 방도가 없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신이 나에게 200이라는 강도의 시련을 주었는데 내가 400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100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시련을 외면하고 부정할수록 그 강도는 커질 것이고 그냥 그것 또한 내 인생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 시련의 강도가 줄어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은 평소보다 더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사실 이 힘든 시기와 상황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멘털 관리를 통해 버텨야 한다. 삶의 외부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건 우리가 관리할 수 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이 글이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