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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브리옹 Mar 27. 2024

[40대신입]MZ꼰대 그리고 MZ동기

02학번입니다 만

2023년 8월 1일 마흔한 살 신입사원의 첫 출근날이었다.

역시 공기업은 좋았다.

전면 커튼월로 되어있는 청록의 오묘한 빛깔의 사옥이 나를 반긴다.

꼭대기층 강단에서 23명의 어린 동기들과 함께 2주간 교육을 시작하였다.

막내는 01년생이다.  

난 02학번인데..


oo 씨~


2주간의 즐거웠던 교육이 끝나고 임용식 후에 근무부서로 발령이 났다.

두근두근 수습 3개월이 시작되었다.

차장급 나이가 신입이라고 구석에 앉아 있으니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눈빛인 듯했다.


같은 부서 다른 팀 1년 선배아이가 나를 불렀다.

oo 씨~


기분이 묘했다 이선배아이는 나와 띠가 같다.

돼지띠로 띠동갑이다.

다들 주임님이라고 호칭을 하는데 이 녀석은 뭐지? 일부로 이러는 건가?


물론 씨 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직함이 있는데 굳이(?) 띠동갑 형한테 씨~ 는 쫌..

한마디 할까 고민하다 그려려니 넘어갔다.


사회생활을 한 이후 상급자들과 친한 동료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불려본 적이 잘 없는 거 같다.

대리님, 과장님, 매니저님, 대표님(동대표도 해봄)으로 불리어졌다.


물론 와이프는 가끔 "야~!"라곤 부른다..


그래도 계속 신경이 쓰여 네이버 검색을 하니 씨가 잘못된 것은 아니긴 한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한 번은 업무 중 접수문서를 그 선배아이에게 배정했는데 갑자기 내 자리로 와서 따지듯이 말을 하였다.

 "이거 oo 씨가 배정하셨어요? 알기는 아시고 배정하신 거예요?"

이러는데 이 shake가  왜 이리 공격적이지 싶었다.

아 이게 MZ 꼰대구나..


사회생활을 처음으로 1년 한 친구다. 

밑에 후배가 하나 들어왔는데 나이가 너무 많으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내가 선배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했다.


 직장 퇴사 전 29살 인턴친구들은 내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자존감이 살짝 스크래치가 났다.

첫 사회생활 뽕이 차서 오버하는 것이 

귀엽기도 하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순 없었다.

 

나이 먹고 들어온 내가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 또한 즐겨야지 어쩌겠니..


동기가 좋다


직장 동기 단톡방이 2개가 있다

하나는 전 직장, 또 다른 하나는 지금

23,24으로 인원도 비슷하다.

다만 평균연령의 갭이 10년 이상이고 유부이냐 싱글이냐의 유무만 다를 뿐이다.


 친구들과 퇴근 후 술자리를 가지는데 예전 신입 생각도 나고 재미가 있었다.

MZ세대 어쩌고 하는데 신입 사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때 고민들과 걱정, 생각은 다들 비슷한 거 같다.


다만 우리 땐 안 하던 주식 부동산 재테크 얘기를 한다는 것 이 조금 다른 긴 하다.

확실히 경제관념이 빨라지긴 한 듯하다.


첫 만남 후 이 친구들이 안 놀아 주면 어쩌지 했는데 잘 챙겨주니 고맙다.

29살 여자동기아이는 삼촌뻘인데 오빠 하며 바로 말을 놓는다.

40 먹고 나니 오빠라는 말이 좋긴 하다..


한 번은 형이 술값을 내줄려니  많이 나왔다며 1/N 해야 한다며 극구 말리는 것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닌데 형을 생각해 주는 건지 내가 없어 보이는 건지 기분이 이상하긴 했다.

어쨌든 동기라고 생각해 준다는 점에서 고마웠다.


이후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얼굴보이면 커피는  잘 사주고 있다.

그런데 이게 모이니깐 돈이 더 많이 나온단다

얘들아..


이래나 저래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레벨의 같은 집단이면 동질감을 느끼고 친해질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동기는 동기애라는 것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 띠동갑 선배아이도 동기였다면 형 하면서 살갑게 대했겠지.


각자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간임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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