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의 연구실 X - (1)Tapestry
알파벳(구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 들어가보는 곳이다. 바로 'X'라고 불리는 알파벳의 실험실(?)이다. 알파벳은 X를 문샷 팩토리라 부른다. 문샷(Moonshot)은 혁신적인 도전을 의미한다. 알파벳은 X에서 도전 과제를 설정하고, 해결을 위한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그리고 비즈니스적인 가능성까지 판단해 최종적으로 사업화 시킨다.
개인적으로 X가 설정하는 문제들이 흥미롭다. 보통 전 인류가 겪을(고 있을) 문제를 찾아낸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이 이상한 실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틈나는대로 정리해 보려 한다. 첫번째로 'Tapestry' 다.
전력망 가상화를 통해 최적의 전력망(그리드)를 찾는 프로젝트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 전력망을 최적화하고,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작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더 깨끗하고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말 큰 목표다)
갑자기 전력망을 들고 나온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전력은 너무도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요새처럼 모든게 디지털라이즈 된 세상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중요한게 하나 더 있다. 깨끗한 전기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서 늘어가는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근데 문제는 지금의 전력망은 이미 1세기 이전에나 고안된 방식이라는 거다. 현재의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감당하기도 어렵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운용되기에도 한계가 명확한 세팅이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거다.
Tapestry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를 전력망 가상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수요 예측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력망 운용을 최적화한다. 전력망 시스템을 하나의 가상화된 시각화 자료로 만들고 초 단위에서 수십년 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시뮬레이션 하고, 예측하는 계산 도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8월 미국 최대 전력사 AES와 협력해 전력망 가상화를 공동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디애나주와 오하이오주 배전망을 시뮬레이션하고 가상화 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국가 전력 시스템 운영사인 Coordinador Eléctrico Nacional과 협력해 송전 그리드를 가상화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석탄 사용 중단과 탄소배출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벡터 그룹과 협력중이다. 오클랜드의 전기 네트워크를 가상화 해서 빠르게 성장중인 태양광 에너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충전 시스템을 효율화 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DPA(Distributed Power Africa)와 협업해 정전문제 해결을 위해 태양열 에너지의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파벳(구글)이 커버하고 있는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Tapestry는 명분도 좋고, 실리도 있다.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건 전세계적으로도 꼭 달성해야하는 이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생산, 공급, 물류, 교통, 의료, 교육 등등 모든 분야가 위기를 맞는다. 이를 해결하겠다니 좋은 명분이다. 알파벳이 얻는 건? 구글은 인터넷을 타고있는 사업자다. 멈추면 안된다. 그리고 전력망에 대한 접근 권한과 그 체계를 관리할 수 있는 건 엄청난 힘이니깐.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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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하나하나 뜯어보면 알파벳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지. X가 도전했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도 있다. 대표적으로 '프로젝트 룬(Loon)'. 성층권에 풍선을 띄워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였다. 아직도 전세계의 3분의 2가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후/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성층권에 '인터넷 풍선'을 띄워 올렸다. 그리고 올해 초에 사업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