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 만나는 것도 워낙 좋아해서 '한국 대학생 PR연합회'라던지 '중앙 마케팅 동아리'등 내가 관심 있는 분야 모임에 참여해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스터디하며 마케팅과 PR에 대해서 배웠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한 시즌 당 20만 원에서 30만 원씩 지불하는 유료 멤버십인 '헤이조이스(여자들의 커리어 문제 해결 플랫폼)', '트레바리(독서모임 커뮤니티)-마케터즈 블랙'등에 가입해서 나와 비슷한 관심사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배웠다.
외부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닌 친한 친구들과는 보통 연애나 진로 고민, 요즘 근황 위주로 이야기했다. 친구들과는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는 사이니까, 그런 대화만을 나누는 게 당연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는 일을 같이 하거나, 관심사도 딱 맞지도 않으니 토론을 한다던지 업무 이야기를 Deep 하게 나누는 건 뭔가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올해 상반기에 그 생각의 틀이 완전히 바뀌었다.
굳이 돈 주고 모임에 나가지 않고도, 친한 친구들과 충분히 생산적인 만남을 할 수 있다.
첫 시작은 대학교 시절 인턴십을 함께 진행했던 이베이 동기들과의 만남에서부터였다. 심지어 연락을 안 한 지 몇 년이 된 사이었는데, 인스타그램 댓글과 생일 축하 카톡으로 연락이 닿았다가 한 번 보자고 한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성사된 모임이었다. 성수동 집 옥상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근황을 나눴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데도 늦은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5년 간의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깨달은 점은 같은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우리가 이제 각자 다른 회사의 실무자가 되었고, 관심사도 정말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날 이후 한 멤버가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우리 이렇게 만나서 술 먹고 노는 것도 좋지만,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각자 관심사를 정리해서 친구들에게 나누자.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남역 근처의 한 스터디룸에 둘러앉아 모임 이름부터 만들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커리어 살리기 프로젝트-커살프'로 정하고 RULE을 먼저 세웠다.
구글 드라이브 시트에 후다닥 만든 커살프 Plan
1. 각자 나누고 싶은 주제를 세우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나누기
2. 모임이 안정화되면 주변 지인을 연사로 초청하기
3. 나눈 자료는 구글 드라이브에 아카이빙하기
4. 강제성을 위해 회비와 벌금 시스템 운영하기
킥오프 후에 진행된 첫 모임은 예상대로 순조로웠고,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두 멤버는 본인 직무와 관련된 주제를 준비해서 공유해주었는데, 특히 '국내 백화점 시장의 매출 추이와 대표 지점의 특징, 향후 전망'은 평소 내가 알 수 없었던 정보라 특히 흥미로웠다. 왜 롯데가 롯데 중인지 알겠던..!
그리고 또 다른 멤버는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의 엄청난 인플루언서다. 난 안드로이드 폰 유저기 때문에 클럽하우스를 이용해볼 수도 없고, 인스타그램이나 뉴스 기사를 통해 눈팅하는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이 플랫폼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 와중에 클럽하우스 인플루언서들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어떻게 본인이 플랫폼 초반에 빠르게 인플루언서로서 성장할 수 있었는지와 기업들이 이 플랫폼에서 어떤 EVENT를 진행하고 결과는 어땠는지를 정리하고 공유해주어서 현업에서 일하는 마케터로서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단순한 발표와 경청을 넘어서 편하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본인들의 생각을 나누며 생각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성공적인 첫 모임을 기념하며 찍은 사진 (맥주는 늘 빠지지 않는다)
두 번째 모임은 각자 공부하고 싶고, 추가적으로 나누고 싶은 자료를 준비해서 공유했다. 나는 커머스 플랫폼의 브랜드 마케터로서 핫한 Tool인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현황과 사례, 전망에 대해 공부해서 발표했고, 다른 멤버들은 '면세점 현황과 Digital Transformation, 오프라인 백화점 확장'이란 주제를 잡고 공유했다.
친한 사이라도 어쨌든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감에 의식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반강제성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이 모임이 없었다면 나는 퇴근하고 그냥 누워서 유튜브랑 인스타만 보다가 잤을 게 분명하다 :)
우리는 이 모임이 혹여나 한 두 번의 단발성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커살프 모임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고 추가적으로 몇몇 멤버끼리 팝업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다음엔 지금처럼 각자 조사해서 발표하는 형식 대신 협업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다른 공유모임에서 배워온 <전자책 발간하기>을 커살프 모임에 적용했다.
우리의 next 프로젝트, 전자책 발간!!!!!
물론 만나서 위의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연애나 이직 스토리 같은 일상적인 수다는 필수로 곁들이며 친밀도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이 모임이 참 좋다.
긍정적 영향력의 첫 번째 확산,
대학교 시절 인턴 동기들과의 커살프 모임을 경험하고 난 뒤,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후기를 공유했다. 그러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보내왔다. 인스타 맛집이나 카페에 놀러 가도 좋지만 오랜 친구와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그래서 내 고등학교 친구인 임과 그녀의 대학교 동기 영니와 자리를 만들었다. 영니는 내 친구의 친구지만 오랫동안 임을 통해서 소식을 들어왔기 때문에 내 친구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게다가 나처럼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듣고 싶은 주제도 마침 많았다.
사실 오래된 친구와 그 친구를 처음 대면하는 자리를 이렇게 나눔 모임으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또 예상외로 너무 재밌었다. 우린 홍대 근처의 스터디룸을 빌려 처음부터 끝까지 깔깔거리며 재밌게 각자 준비한 자료를 공유하면서 활발한 토론을 했다.
영니가 준비한 전자책 집필 how to 자료
영니는 전자책을 발간하고,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판매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 책은 아무나 못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또 쓸 주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엄두도 나지 않았던 분야인데 그 고민을 소재 찾기 list를 통해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나와 임이 뜨거운 관심을 가지자 온라인을 통해 아래 링크처럼 <전자책 한 달 완성 프로젝트>를 뚝딱 만들어 zoom 강의와 인증 프로세스까지 리드해주었다. 정말 대단한 친구다. 덕분에 나도 전자책을 정말 한 달만에 발간해서 크몽과 탈잉으로 소소하게 수입을 얻고 있다.
내 오랜 친구 임은 금융권에 몸 담고 있으면서 부동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친구다. 최근에는 서울에 소형 아파트를 자력으로 장만했고, 난 그 프로세스와 방법이 너무 궁금해서 부동산 주제로 공유를 요청했다. 서울 아파트는 금수저나 신혼부부나 부자만 살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요...!
이 PPT가 너무 웃겨서 시작할 때부터 웃으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알찼다. 예를 들면 투기 과열 지구가 아닌 곳의 6억 이하의 부동산은 보금자리 대출이 70%까지도 받을 수 있고, 신용대출 등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 추가로 인테리어나 취득세 등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 고려해서 부동산을 매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적인 부동산 후기를 어디서 듣겠니... 친구야 고마워!
긍정적 영향력의 두 번째 확산,
우리 회사에는 IT 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2030 또래 직원들이 많다. 점심시간에는 SNS 유명 맛집도 가고, 저녁때 맥주도 한 잔씩 하고 그런 회사 생활이 참 좋다. 그러면서도 사실 자기 계발을 좋아하는 동료들은 많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내 오해였다.
처음으로 PR팀 유나님과 단둘이 점심 약속을 잡게 되었고, 여느 때처럼 근황 토크를 하다가 커살프 모임과 친구들과 나눴던 모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기억났다. 맞다 유나님도 자기 계발 정말 좋아하는 분이다!
수무쓰가 결성되게 한 유나님과의 점심 데이트 >_<
유나님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해서 글쓰기도 하고 또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리고 재테크 팟캐스트도 챙겨 듣는 내가 아는 회사 지인 중 정말 열정적인 사람이다.
우리는 반강제적인 글쓰기 모임을 결정하기로 했다. 둘이 해도 좋고, 무신사 동료들을 더 초대해서 사조직을 꾸려보자!
우리의 '글쓰기 모임' 모집 공고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발행했다. 그리하여 결성된 <수요일의 무신사 글쓰기>에는 글쓰기에 관심 있고, 또 열정 있는 마케팅 동료들이 모였다.
꼭 회사 동료가 아니더라도 수요일 저녁에 성수동에 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받아들이려고 하였으나.. 신청 DM은 오지 않았다.^^;
기존 계획 상으로는 격주 수요일마다 회사 근처 카페에 모여서 조용히 글 쓰고 해산하고자 하였으나, 갑작스레 격상된 코로나 4단계로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각자 글을 쓰고 인증하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
글쓰기 습관을 기르고, 글을 쓰기 위한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기 때문에 꼭 글 내용을 공유할 필요가 없고, 블러 처리한 이미지로도 충분히 인증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 수무쓰도 꾸준히 오래가는 모임으로 꾸려나가고 싶다. 회사일도 좋지만 이렇게 또 하나의 사조직이 탄생하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