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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Jan 29. 2023

다음 세입자가 안들어오니까 보증금을 안주겠다고요?

빚 독촉 문자에 연체 이자까지 부담한 부동산 호구는 나로 끝나야한다.

재계약까지 무려 4년이나 거주했던 나의 첫 독립 공간. 당시 직장이 여의도라 영등포시장역 주변 원룸과 오피스텔을 날잡고 둘러보다가 20년 가까이된 9평짜리 오피스텔을 발견하고 하루 만에 계약했다. 다른 방에 비해 (비교적) 널찍했기 때문이다. 낡았지만 그런대로 살만 했다. 처음 가져본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라 더 긍정적으로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중기청 전세대출로 굉장한 저이자(1~2%)에 전세로 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거의 없었고, 이 오피스텔은 24시간 할아버지 관리소장님들이 교대로 한 분씩 1층에 계시고(밤에는 아예 관리실 바닥에 이불을 펴고 주무셨다), 카드키로만 공동현관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나같은 여성 1인가구들에게도 적합한 곳이었다.

다만 처음 독립할 때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잘 확인해야만 한다. 왜냐면 나는 계약 기간을 꽉 채워서 퇴거했음에도 무려 2달 동안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은행에서 독촉 연락을 받았으며 연체 지연이자까지 내 돈으로 부담해야했기 때문이다. 이게 정상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비정상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상 온전한 나의 책임이다.




4년 전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여러 군데를 보던 중 이 집을 둘러봤을 때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걸 눈치 챘는지 금방이라도 다른 사람이 이 집을 채갈 수 있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에 마음이 급해져 가계약금 50만원을 넣었다. 그리고 계약을 하러 혼자 방문한 임대인의 사무실에서 치명적인 계약사항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바로 계약이 만료된 후라도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돈을 2개월 동안 받지 못하는 조건이었다. 아니 이런 특이 조항이 있었다면 가계약금 넣기 전에 공인중개사가 알려줬어야죠..? 가계약금도 50만원 넣고, 반차까지 내고 왔는데..? (이 오피스텔 전체는 한 임대인이 갖고 있고, 이 조항은 동일하다.) 사실 나는 내가 바보인 줄 모르고 살았는데, 난 바보였다. 지금의 나라면 반차고 나발이고 절대 계약하지 않을 거고. 가계약금까지 돌려내라고 싸울 것이다.

그 문제의 계약서...!!!

하지만 26살의 순수했던 나는 여의도 근처고 오피스텔이이까 큰 문제 없이 바로바로 나갈거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믿고, 괜찮겠지라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덜컥 사인을 했다.


어찌되었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나는 나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기로 마음 먹고 계약기간 만료 2달 전 집주인에게 이사하겠다고 연락했다. 하지만 나의 문자나 카톡은 가볍게 무시당했고 직접 전화했다. 임대인은 부동산에 내놓겠다고 했고 직방,다방을 확인해보니 부동산에 내가 살던 집이 매물로 등록되지 않았다. 결국에 마음에 급해진 내가 부동산에 직접 연락을 돌려야했다.  


카톡와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는 (급할 게 없는) 임대인 ^^


내가 사인한 계약서의 결과는 4년 뒤 나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임대인과 부동산을 통해 확인해보니 내가 입주했을보다 4천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전세 매물이 등록되었다. 물론 물가 인상분이 있지만 집은 더 낡았고 앞뒤로 신축 오피스텔도 지어졌는데.. 싱크대 밑 하단 서랍장에는 물도 자주 세고 세탁기에서는 쿵쿵 소리도 나는 집이라 걱정이 되었다.  


받아 본 적 있나요, 대출 상환 독촉 문자요.


그렇게 이사일이 지나 대출 상환일도 경과되었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은행에서 빚 독촉 연락을 받게되었다. 내 명의로 빌린 대출이니 내가 감당해야할 부분이었다.


결국 만 2개월이 지난 시기에도 새로운 임차인은 들어오지 않았고, 다행히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두 달동안 나는  요즘 사회적 이슈인 전세사기를 당한 걸까 가슴이 두근거리고, 보증금을 떼일까봐 맘 졸이고 악몽도 꾸었다. 새 집으로 이사하려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했고, 이전 오피스텔에서 내 주민등록을 옮겨 대항력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항력 : 만약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이 집이 문제 없을 때부터 살고 있었다는 법적 증거가 필요하다. 즉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거나, 신용카드를 장기간 연체하면 카드사에서 근저당을 잡을 수 있는데 이 근저당이 설정되기 전보다 먼저 우리가 전입신고를 했고 유지 중이라면 큰 문제 없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경매로 넘어가면 배당금에서 나눠 받거나, 인수인에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혹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했다면 미리 보증금을 내가 받고, 추후 전세보증보험에서 집주인에게 그 돈을 받아줄 수도 있다. 임대인이 임대사업자라면 보증보험가입은 필수다.전세가격 하락 등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금 전액을 보증 기관에서 대신 반환해준다. 수도권은 보증금 최대 7억 원, 비수도권은 최대 5억 원까지 보증 가입 가능(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


추후 알게된 사실인데, 보증금을 못받은 상황에서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해야할 경우 '임차권 등기' 설정을 하는 방법이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요건은 임차인이 계약만료로 해지를 임대인에게 통보, 합의를 하였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에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임차권 등기는 세입자가 기존 임대주택에서 이사를 가면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전출 신고를 하면 대항력이 사라질 것을 대비해 법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는 일이다. 세입자의 경우 임차권 등기가 설정된 후에 이사를 가야 대항력의 공백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시간이 2~3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간단하지는 않다.


추후 집을 볼 때 임차권 등기가 설정돼 있으면 전 세입자가 돈을 받지 못하고 이사를 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임차권 등기가 취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집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결국 만 2개월이 지나 계약서대로 임대인에게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 단 연체 이자는 나의 부담이었다. 보증금을 상환하러 은행 APP에 접속하니 연체 지연이자 5%가 붙어서 약 80만원의 쌩돈을 내야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인생을 배우는 가격으로 나쁘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호구되지 않고 집 구하는 방법


첫 번째. 네이버, 직방, 다방 등 부동산 APP으로 매물 체크

ㄴ 만 34세 이하의 연봉 5천만원 이하라면 무조건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받기(이자 1.2%~2.1%)

ㄴ 혹시 회사에서 대출이나 이자를 지원해준다면 혜택 꼭 챙기기

ㄴ 3~4군데 정도 부동산에 연락해서 하루 둘러보는 것이 BEST


두 번째. 방 둘러볼 때 꼭!!!! 기억할 것들

ㄴ 변기 물과 샤워기는 꼭 틀어보고 수압 CHECK ★

ㄴ  동영상을 촬영해둘 것 ★

    -> 추후 퇴거할 때 집주인이 하자를 이유로 보수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 수납 규모. 수압, 채광, 옷장, 콘센트 등 다시 볼 때마다 정말 유용하다.

ㄴ 오늘도 몇 사람이 이미 보고 갔고, 가계약금 넣는 순서대로 계약이 마감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것

    -> 직접 말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부동산과 통화를 통해 간접적으로도 들려준다. 휘둘려서 덜컥 계약하면 후회할 수 있다. 설령 진짜 집이 나갔다고 해도 좋은 집은 또 있다.


* 부동산에서 꼭 두들겨보고 열어야한다. 내 친구는 방보러 갔는데 공인중개사와 관리인과 함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는데 한 커플의 애정행각을 그대로 본 채 바로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 고소 가능하다.


세 번째. 계약 관련 주의 사항

ㄴ 가계약금 넣기 전 확인해야할 것

    -> 임대인 요구 특약사항 있는지 : 애완동물 / 퇴거 시 청소비 / 보증금 반환 시점 관련

    -> 신축 빌라/오피스텔의 경우 주변 시세 꼭 확인하기 *시세보다 높으면 깡통 전세 가능성▲

    -> 대출 비중은 어느정도인지? (등기부등본 확인) *대출 비중이 높으면 믿고 거르자


ㄴ 임차인이 꼭 추가해야할 특약 사항 (정상적인 부동산이라면 계약서에 추가해준다.)

    -> 보증보험 가입 필수. 가입 불가 시 계약 취소

    -> 계약일 다음날까지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을 할 수 없다

         (경매 넘어가도 보증금 지킬 수 있는 방법)

    -> 임대인은 본 주택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ㄴ 계약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처리하기.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기준으로 대항력이 발생하니 꼭 챙겨야한다.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바로 전입신고가 가능하니 현장 방문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온라인으로 신청 시 다음 업무일에 처리될 수 있다.


전입신고: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를 할 때 주소지를 변경하고 등록하는 것. 이사 날 바로 주민센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좋다.
확정일자: 주민센터에서 임대차 계약서 여백에 날짜가 찍한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때 찍힌 날짜를 의미함.
온라인/주민센터 확정일자 차이

네 번째. 집주인에게 퇴거 알리기

ㄴ 계약 만료 2달 전에 퇴거 의사 전달하기

    -> 증거가 될 수 있는 카톡,문자 / 전화는 녹음하기(아이폰도 앱 설치시 가능)

    -> 계약 만료 시 당연히 부동산 중개보수(복비) 지급할 의무가 없다.


ㄴ 중간에 퇴거한 다면 3개월전에 퇴거 의사 전달하기

   ->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이후 3개월이 지나면 정상적으로 계약이 해지돼 임차보증금을 돌려 받고 퇴거할 수 있다. 또한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차후 신규 계약분의 중개보수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있는 세상에서 임대인도 녹록지 않겠지만 전세, 월세 보증금으로 고통 받는 임차인도 부디 없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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