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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Feb 04. 2017

20th_내가 에르미타주를 찾아간 이유

램브란트 '돌아온 탕자'

전에도 말했듯이, 나의 여행 계획에서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이하 상트)는 핀란드 숙소 일정에 의해 각각 5박 6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모스크바는 그래도 모스크바에서 살다 온 지인이 지명이라도 딱딱 알려줘서 그거라도 찾아다녔는데 상트는 단 1개만 알고 왔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가면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가 있다는 것.


정확히 12월 15일이었다. 목요일.

전날 미리 조금 찾아봤더니 건물이 한 동이 아니고 여러 개가 있는데 입장권은 통합권이 있고 한 건물만 들어가는 것이 있다는 정도만 찾아봤다. 입장권 사는 줄부터 입장하는 줄까지 모든 줄이 길다고 일찍 가라고도 했다. 아침 10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여 10시에 딱 맞춰서 갔다.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본관과 마주하고 있는 신관 제너럴 스태프 빌딩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마지막 여섯 황제가 살았던 장소이며,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르미타주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 양식의 겨울 궁전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에르미타주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궁전이기도 하다.


* 이름 : 에르미타주 미술관
* 주소 : 상트에서 여기 못 찾는 건 서울시청 앞에서 경복궁 못 찾는 거다.

* 운영시간 
 - 월요일 휴관
 - 화 목 토 일 (10:30-18:00), 수 금 (10:30-21:00)
 - 매표소는 화목토일 17시 마감, 수금 20시 마감 (미술관 마감 1시간 전)
* 입장료
 - 통합권 600 루블
 - 신관(제너럴스태프빌딩) 입장권 300 루블
 - ISIC(국제학생증) 소지자 무료 (캐부럽)
 - 매월 첫째주 목요일 무료 (쫌부럽)
 - 초딩 유딩 무료


친절한 블로거님들이 적어주신 것과는 다르게 티켓 오피스에 줄이 없다. 대신 친절한 블로거님들이 적어주신 것과 살짝 다른 것을 발견했다.

먼저, 통합권 (600 루블짜리)


얘는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위에 찍어온 사진을 참고해서 보면
본관(메인), 신관(제너럴 스태프), 표트르 1세의 겨울궁전, 멘시코프 궁전과 미술관, 왕실자기 박물관을 갈 수 있다.


본관이 일단 엄청 크거니와 본관, 신관, 표트르 1세의 겨울궁전 말고 나머지 두 개는 떨어져 있다.

건물들이 이어져있는 본관과 표트르 1세의 겨울궁전을 일단 들어갈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표트르 1세의 겨울궁전을 가기 위해 에르미타주에서 나와 왼쪽으로 쭉 나온 후 왼쪽으로 운하인지 개천인지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다리 건너면서 꺾어주고 절대 입구 같지 않아 보이는 입구를 용케 찾아서 들어갔었다.

신관이야 에르미타주 맞은편 건물이니깐 들어가면 되고, 나머지 2개를 찾아보자.

* 멘시코프 궁전(Menshikov Palace)
 - 주소 : 15 universitetskaya Embankment


여긴 그래도 가깝다. 바로 앞 네바강을 건너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근처에 있으니깐.


왕실자기 박물관, 여긴 대체 왜 세트로 묶어놨는지.... 설마 왕실자기 박물관만 가려면 여기에서 600 루블 주고 통합권을 사고 그래야 하는 건가? 에이 설마.

* 왕실자기 박물관 (The Museum of the Imperial PorcelainManufactory)
* 주소 : prospekt Obukhovskoy Оborony, 151

구글 지도 같은 것에 위 주소를 찍어보면 설마 이게 맞나? 하고 주소를 다시 확인할 것이다. 근데 거기 맞다.

입장권만 600 루블, 라디오 가이드 500 루블 별도.

암튼, 난 통합권을 샀다.
시간이 여유로워서 신관 입장권만 300 루블 주고 사서 하루 보고, 본관 입장권만 300 루블 주고 사서 하루 보려고 했는데, 와서 자세히 보니 신관 입장권만은 따로 파는데 본관만 300 루블에 입장하는 티켓은 없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통합권 사고 하루에 이거 그냥 다 보는 게 나을 듯하다.

티켓 오피스 아주머니랑 통합권과 신관 입장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혼자 막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분석하다가 통합권을 샀다.
 * 총 구매시간 : 아주머니랑 대화 + 인터넷 검색 + 혼자 고민 포함 3분

외투는 별도로 지정된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겨울에 와도 여기는 사람 좀 있다던데 오늘은 확실히 비수기 중의 비수기인가 보다.

그냥 볼까 하다가 김성주, 손숙 씨께서 녹음하셨다는 라디오 가이드도 빌렸다. 이왕 보는 거 알고 봐야겠다. 거금 투자 500 루블.

첫 시작은 오디오 가이드 1.
초등학생 한 무리와 수업 나온듯한 대학생 한 무리가 있었다. 이 사람들이 여기 들어와 있던 사람의 한 절반쯤 되지 않았나 싶다.

오디오 가이드 기계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이 무엇인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다 자기네가 3대 박물관이란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 근데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도 세계 3대 박물관 또는 3대 미술관이란다.

뭐 에르미타주가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하는 이유는 직접 가보면 알 수 있다. 일단 에르미타주가 루브르나 대영 하고 다른 점은, 루브라랑 대영은 약탈하고 훔친 작품들이 많다. 그나마 에르미타주는 예카테리나 대제(여왕)가 비용을 지불하고 모은 작품들로 구성된 게 많은 것 같다.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램브란트의 작품은 에르미타주에 제일 많은 진품이 있다고 한다. 에르미타주 통합권에서 보면 알겠지만 여기 뭔가 넓다. 크다. 작품 1개를 1분씩 보면 8년이 걸린다나 11년이 걸린다나. 1분씩 안 봐서 모르겠다 역시.

근데 확실한 건 나는 오늘 기다리지 않고 보고 싶은 작품들을 1분 이상씩 감상할 수 있다는 거다. 사람이 너무 없다.


처음에는 오디오 가이드를 따라 나름 순서대로 이동하면서 감상을 했다.

오디오 가이드에 대한 선택은 본인 재량이다. 확실히 저렴하지는 않다. 나는 솔직히 미술을 1도 모르기에 이걸 듣는다고 알까?라고 생각했는데 1도 몰랐던 작품에 대해 그나마 설명을 들으니깐 좋았다.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에르미타주는 미술관 이기전에 궁이다. 궁전 장소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여럿이 함께 간다면 이거 하나 빌려서 같이 들어도 될 듯하다.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이런 것에 능통하다면 단체 관광객을 따라다니면서 그들 가이드가 해주는 말을 주워듣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동선도 솔직히 그 가이드들이 다니는 동선이 짧고 굵게 다니지 않을까 싶다. 얼른얼른 이동해야 일찍 퇴근할 테니.

한 30분 정도 보다 보니, 이거 순서대로 보다가는 신관에는 건너가지도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각 방마다 안내 및 관리를 하고 계시는 어머님들이 계시는데 어머님한테 가서 램브란트의 작품이 어디 있는지를 여쭤보고 바로 램브란트를 찾아갔다.

역시 램브란트인가, 그다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여기에 다 와있었나 보다. 그래 봤자 단체 한 팀 휙 가버리면 나와 램브란트가 독대하는 시간이 온다.

딱 10년 전이다. 내가 유럽에 처음 왔던 것이다. 당시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지 않았다. 책과 인터넷으로 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축구장만 죽어라 찾아다녔다. 나이가 좀 먹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왜 미술관을 찾는지 조금을 알겠다.

돌아온 탕자. 교회에서 설교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누가복음의 예화 말고 램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에 대해 들었던 기억. 다른 탕자 그림과는 다른 이 그림.

- 누가복음 15장
- 탕자의 아버지, 왼손은 아버지의 손 그리고 오른손은 어머니의 손
- 탕자, 죄수와 노예의 상징 삭발 그리고 벗겨진 신발 한 짝
- 탕자의 형, 오른쪽에 심오한 표정으로 구경하는 아버지와 같은 붉은 외투
- 탕자의 어머니, 아마 기둥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여인?
- 그리고 이들 가운데 앉아 있는 중년 남성, 램브란트 자신
- 돌아온 탕자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자 램브란트 자신의 자화상

성화를 그림으로 그리던 램브란트는 가끔 이처럼 자신의 성화 속에 자신을 자연스럽게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램브란트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하는 말년에 자화상들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주로 유대인들을 그리고 나이 든 어른들을 주로 그렸는데 이 자화상들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돌아온 탕자야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깐 제외하고 제일 좋았던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위에 있는 아브라함과 이삭일 것이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지시로 100세에 얻은 독자 이삭을 제물로 드리기 위해 모리아 산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대충 어느 정도 알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아브라함의 하나님에 대한 신앙, 믿음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는데 램브란트는 아들인 이삭의 심정도 너무 잘 그려낸 것 같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것은 본인의 신앙이다. 이삭을 제물로 드려도 하나님이 다시 살려주시리라는 본인의 믿음이다. 그러나 이삭이 제단에 올라가서 반항하지 않고 아버지인 아브라함에게 목을 내놓은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아니고 본인의 아버지 아브라함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120살 가까이 된 아버지와 20살 다 된 혈기 왕성한 청년이다. 상식적이라면 20살 청년이 120살 아버지의 팔을 과연 뿌리치지 못했을까? 내가 제물로 바쳐진다는데 저렇게 힘을 빼고 목을 내어 놓을 수 있을까? 이건 전적으로 인간인 아버지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나님께 보여드린 순종이 이 사건을 계기로 이삭의 신앙이 되는 것이다.


나는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비롯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작품들을 독대 한 사람이다. 램브란트를 만나기 위해 입장료 600 루블과 오디오 가이드 500 루블, 한국돈으로 약 22,000원을 투자했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램브란트는 본관에서는 유일할 정도로 한 관을 차지하고 있었고 작품의 수가 많았다. 역시 램브란트 작품 최대 보유 미술관 다웠다.

램브란트 관 조금 옆으로 가면 다빈치가 있다.
맞다 그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많지는 않다. "Madonna and Child", "LitaMadonna" 가 있다.

램브란트 볼 때는 안보이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다빈치 앞에는 엄청 많이 있었다.


본관 끝.



제너럴 스태프 빌딩 (에르미타주 신관)

외관은 겨울궁전이나 제너럴 스태프 빌딩이나 다 멋스럽고 전통적이다. 그러나 신관인 제너럴 스태프 빌딩은 내부를 싹 리모델링했다. 굉장히 현대적이다.

신관은 입장을 먼저 하고 외투를 맡긴다. 외투를 맡기고 바로 4층으로 향했다.
4층을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러시아 와서 엘리베이터 처음 타는 듯. 엘리베이터 타는 곳을 찾다가 얼떨결에 1층 다 봤다.

내가 4층에 간 이유는, 본관보다 다양하고 유명한 미술작품들이 여기에 더 많다고 들었다. 오디오 가이드는 없는듯하여 검색한 대로 4층으로 향했다. 사실 2, 3층에 뭐가 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다.

4층에는 무려 모네, 드가, 르누아르, 세잔느, 고갱, 고흐, 피카소, 마티스, 칸단스키의 작품들이 있다.

마티스 'music'

관람객이 너무 없길래 혼자 마티스의 music 앞에서 피리 부는 모양 흉내를 내면서 셀카 찍고 놀고 있으니깐 꾸벅꾸벅 졸던 안내 및 관리 아저씨도 혼자 막 피식피식 웃었다. 웃지만 말고 같이 하자고 꼬실걸 그랬나보다.


마티스의 뮤직을 대하는 흔한 관람객 놀이 끝.

과일을 든 여인

고갱의 과일을 든 여인이라는 작품을 보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이 과일을 들고 있는 여인이 타히티에 있을 때 고갱의 모델 겸 동거인인데 당시 나이가 13세였다고 한다. 고갱 나쁜 놈. 완전 실망.

피카소 'Two sisters'

피카소의 작품도 많았는데 다른 것보다 두 자매라는 작품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당당한 창녀와 고개 숙인 수녀.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피카소 때나 지금이나 왜 당당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더 고개를 숙일까.

아, 근데 진짜 이건 말로 표현이 안된다.
실제 기온 영하 13도, 체감온도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에 500 루블 주고 크렘린 궁전을 볼 때는 살짝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에르미타주 통합권에 오디오 가이드까지 1,100 루블을 지불했는데도 뭔가 빚진 기분이다. 


여유롭게 봐서 감동이 더 한가? 처음으로 실물 작품들을 봐서 그런가?

생애 첫 유럽 미술관, 로맨틱,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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