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킬로파로 간 이유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계획할 때, 편도로 인천 - 블라디보스토크 - 이르쿠츠크 -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의 루트가 만들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위에 붙어있는 핀란드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걸 듣고 검색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핀란드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오로라는 아이슬란드 아니면 캐나다 혹은 알래스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핀란드도 보인다기에 공부를 시작했다.
#핀란드 #오로라
두 개의 검색어의 결과값으로 나온 동네는 로바니에미, 사리셀카, 칵슬라우타넨, 킬로파였다.
이 중에서 킬로파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Fell Centre Kiilopää
로바니에미는 북극권의 시작점이다. 오로라가 늘 진하게 보이지 않는다. 산타마을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즈음인 지금 극성수기라 모든 것이 비싸다.
사리셀카, 칵슬라우타넨, 킬로파는 반경 10km 이내에 붙어있다.
사리셀카가 이 중 나름 큰 도시이다. 마트도 있고 숙소도 여러 곳 있다. 오로라 헌팅(유료)을 해야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칵슬라우타넨은 유리 이글루로 유명한 호텔이다. 시즌이라 역시 방도 없거니와 꿈도 못 꿀 가격이다.
그렇다면 킬로파는?
다녀온 한국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정보가 별로 없는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무엇보다 여기 가서 오로라 못 본 사람이 거의 없다. 심지어 오로라 헌팅이 필요 없다고 한다. 문 열고 나가면 보인다고 한다. 킬로파라는 지역에 숙박업체는 Fell Centre Kiilopää 딱 한 개 있다. 이 안에 도미토리 호스텔, 호텔, 독채 캐빈 오두막 이런 식으로 종류가 나뉜다.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조용하고 눈은 뭐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실컷 볼 수 있고 숙소 가격도 이 정도면 시내인 사리셀카보다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 핀란드 전통 사우나부터 각종 액티비티까지 없는 게 없다. 킬로파 버스 정거장에서 내리면 바로 리셉션이다. 마음에 든다 이곳. 숙소는 천혜의 자연 속에 있다. 낮에 심심하면 버스 타고 사리셀카 시내에서 놀다 오면 된다. 그래 가보자.
버스를 알아보고 http://blog.naver.com/cooldaehyun/220870738077
숙소를 예약했다 http://blog.naver.com/cooldaehyun/220901687997
위 링크에 자세한 설명이 있지만 호스텔과 호텔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1. 호스텔 : 1박 30유로, 취사 가능, 화장실은 있는데 샤워실은 리셉션 건물까지 가야 함, 와이파이 거의 안 잡힘, 조식 불포함, 일반 사우나는 무료, 스모키 사우나는 유료(1일 10유로)
2. 호텔 : 1박 인당 70유로 이상, 취사 불가(커피 포트만 있음), 화장실/샤워실 있음, 조식 포함, 모든 사우나 무료, 와이파이 빵빵
사실 검색을 잘못해서 호스텔을 예약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거금 들여 (러시아에서는 1박 10불 이하의 숙소에서 잤다) 호텔을 예약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았다. 매일 아침 본전 생각에 조식을 배불리 먹었으며 각종 숙소에서 열리는 모든 무료 액티비티에 참가했고 사우나에서는 뽕을 뽑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숙박비가 아깝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로.라.
5박 하면서 3일을 봤다.
킬로파 숙박을 위해 한국부터 챙겨 온 것들이 많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비롯한 러시아에서 먹고 싶어도 아껴가면서 참은 라면들과 전투식량, 나 자신의 추위뿐 아니라 카메라를 지켜줄 핫팩.
왕복 항공권일 제외하고 러시아에서 3주간 약 100만 원으로 모든 걸 해결했는데 핀란드에서 1주 만에 약 85만 원을 사용했다. 둘만 비교하면 비싸지만 그래도 오로라를 본 사람 중에는 싸게 본 편 아닐까 싶다.
오로라 헌팅이 필요 없는 곳.
차에서 내리면 숙소이고, 숙소에서 창문만 열어도 오로라가 보이는 곳.
오로라를 찾는 밤 외에 낮 시간에도 특색 있게 보낼 수 있는 곳.
비교적 오로라를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곳.
물 좋고 사람 좋은 곳.
킬로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