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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im Aug 29. 2022

이제 나는 아플 때 혼자가 아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고작 6개월 된 신혼부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편의 갑상선암 수술과 나의 담낭 제거 수술, 5개월 간의 백수생활과 한국에서 미얀마로의 이사 같은 일들 말이다. 신혼이라 한창 좋을 때이기도 하지만 한창 싸울 때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저 큰- 일들을 처리하느라 한창 좋지도, 한창 싸우지도 못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우린 그럼에도 늘 좋았고, 사소한 것에 덜 싸우고 빠르게 맞춰 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 내가 코로나에 걸려 아팠던 것이 (수술 후 관리 외에) 처음 우리 부부 중 한 명이 크게 아팠던 경우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특별히 격리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침실이자 옷방으로 쓰고 있는 원룸에 거실이 크게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화장실도 하나고. 코로나 자가키트 양성을 확인한 날 아침에도 스킨십이 있었던 터라 당연히 남편도 옮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둘 다 은근하게 경계를 풀었었다.


나는 마스크를 하고 최대한 남편과 떨어져 있으려고 했지만, 남편은 ‘이미 나도 걸렸어~’ 하며 계속 나를 찾아와 답답하게 마스크 쓰지 말고 벗으라며 유혹했다. 그럼에도 나는 마스크를 쓰고 나름대로 접촉을 조심했고, 남편은 아직까지 무사하다.


잠자리와 식사는 구분해야 할 것 같아서 남편은 내게 침대를 통째로 양보해주고 본인은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잠자리에 무~척 예민한 남편을 알기에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한숨도 못 잤을 텐데, 허리 많이 아플 텐데 걱정이 돼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방 환기를 시키고 침구를 싸들고 나와 남편에게 침대에 들어가서 자라고 한다.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옮았을 거면 벌써 옮았을 거고 진짜 슈퍼항체라면 안 걸리겠지 하는 생각이다.


이번 코로나는 저번 코로나에 비해 몸이 너무 아팠다. 밤에 근육통에 열이 나서 끙끙대고 있으면 그 작은 신음 소리와 뒤척임 소리에 조용히 방에 와서 “많이 아파? 뭐 가져다줄까? 필요한 거 있어?”하고 자상하게 묻는다. 내가 자고 있는 것 같으면 나를 깨우지 않으려고 슬쩍슬쩍 와서 나를 살피다가 간다. 혹시 내가 깰까 봐 살짝 열어둔 문 경첩 사이로 나를 지켜봤다고 한다.(오싹ㅋㅋㅋ)


내가 어지럼증으로 화장실에서 쓰러졌을 때, 남편을 불렀다. 사실 나는 그런 때 누굴 부르는 사람이 아니고, 부를 사람도 없었었다. 내가 미얀마에서 아팠을 때 나는 늘 혼자였고, 불러도 어차피 날 도와줄 수 없으면 애초에 부르지 않고 혼자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게 남편이 있었다. 개미만한 목소리로 ‘오빠’하고 불렀을 때 우당탕탕 남편이 달려왔다. 물론 남편도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물 가져다줄까? 나한테 기대서 일어나 볼래?”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웃기지만 뭔가 안심이 되었다.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아플 때 같이 있어주고 나를 살펴주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감사했다. 


사실 화장실에서 쓰러졌을 때 좀 지저분한 상황이 될 수 있었는데, 절대 그런 모습으론 쓰러질 수 없어! 하는 정신력 하나로 모든 처리를 다 한 뒤 쓰러졌다.(ㅠㅠㅋㅋㅋ) 후에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우리 사이에 뭐 어때! 나는 여보가 그렇게 쓰러져도 다 닦이고 도와줄 수 있어!”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물론… 그 상황이 되면 할 수 있던 없던 도와줘야 하는 게 맞겠지만, 절대 그런 모습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은 게 또 여자 마음이다.(ㅋㅋㅋ하…) 그래도 그렇게 바로 말해주는 남편이 있어 정말 든든하고 내 남편이 더 예뻐 보였다. “아 뭐야, 난 절대 싫어!”라고 핀잔주듯 팽- 말했다가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내 고마움을 표현했다.


혼자 주섬주섬 뭐하나 보니 자기 손수건 가져와서 돌돌 말아 내 목에 묶어주고, 포카리며 과일이며 내게 필요한 것 같으면 바로 벌떡 일어나 땀 뻘뻘 흘리며 다녀와주고(그러다 갑자기 비와서 비쫄딱 맞고 들어온 적도 있다ㅠㅠ)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방 밖을 나오면 바로 깨서 “여보 좀 어때? 괜찮아?” 하며 잠꼬대인지 의식이 있는 상태인 건지 모르겠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연신 묻는 남편을 보면서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남편은 늘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지만, 이번엔 더 깊이.


남편이 말아준 손수건


내가 쓰러진 모습을 보고 난 뒤 남편이 “우리 늙으면 이렇게 매일 아픈 날도 오겠지?”했다. 결혼 6개월 차 신혼부부가 나누기엔 좀 먼 미래 같긴 하다만, 그때의 우리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가 혼자 살아온 시간보다 함께 살아온 시간이 더 길어졌을 때, 우리가 산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아졌을 때, 우리 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가 집안 어른이 되어 자녀들은 출가하고 다시 우리만 남았을 때.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혼인서약문이 생각났다.

“오늘부터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더 좋을 때나 더 나쁠 때나, 더 부자일 때나 더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변함없이 그대를 사랑하고 보살피며,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에 따라, 부부로 살아갈 것을 약속합니다.”


일찍부터 아파봐서 함께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들 동안 더 사랑하고 아껴주고 살펴주자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미우나 고우나 내 평생의 짝꿍. 나랑 사는 날 동안 행복하게 해 줘야지.


이래서 아플 때 잘해주면 점수를 많이 딴다.


나한텐 오빠뿐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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