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화 '행복을 찾아서' 와 책 '굿 라이프')
웃는 사람은 행복해보인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내가 웃으면 다른 이도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다시 웃고 있는 상대를 향해 웃는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웃는다. 진정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웃는 얼굴은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개개인의 깊은 내면은 이해하지 못한 채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들의 겉모습의 화려함과 단편적인 웃는 장면을 보고 생각한다. '저 사람들은 참 즐거워보이구나. 행복하구나' '모두 행복해보인다' 라는 생각을 만든다. 자칫 웃고있지 못한 누군가를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오류를 범한다.
<행복을 찾아서> 의 주인공 크리스는 행복해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본인은 왜 그럴 수 없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행복을 찾아나선다.
증권사의 중개인이 되기로 마음먹고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도전과 집념은 마침내 6개월의 무임금 인턴을 극복하고 정직원이라는 기쁨을 성취하기에 이른다.
그 순간 감격의 눈물과 함께 등장하는 나레이션.
이 작은 부분이 행복이다.
10년 전 대학시절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단순히 목표 성취 이후 얻은 행복이 얼마나 오래 갈까? 또 다른 행복을 계속 찾게 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가졌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이 "작은 부분"이. 바보탄생, 달리기 등 크리스가 인생에서 경험해왔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정직원이 되기까지 기차역 플랫폼의 화장실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재우며 느꼈을 두려움. 그럼에도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 5시 이전에 빨리 일을 끝내야 했던 크리스. 끊임없이 클라이언트에게 전화하고 특유의 방법들로 영업하던 도전과 몰입의 순간들.
그 과정을 긍정적인 감정들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른 후에는 누구나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보는 이의 마음이 시큰하기 마련이다.
행복, 즉 쾌족의 상태는
고통의 완전한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행복한 감정 상태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긍정적인 감정들의 상대적인 비율로 측정된다.
- 최인철 <굿 라이프>
부정적인 감정 경험보다 긍정적인 감정 경험이 더 많을 때를
행복한 상태라고 이야기할 뿐이지,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전혀 없어야만 행복하다고 결코 정의하지 않는다.
- 최인철 <굿 라이프>
하지만 마음을 시큰하게 만드는 고통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행복이 고통의 완벽한 부재 상태일 것이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틀린 생각이다. <굿라이프>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그런 생각을 마치 완벽한 결혼 생활이란 부부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결혼 생활 뿐만아니라 '완벽한'이라는 조건은 우리를 행복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크리스는 매 순간의 고통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있었다. 그리고 깨달아간다. 행복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절대 잡히지 않는 '추구'의 대상이라는 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속 수 많은 불안함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끊임없이 지켜냈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일궈나간 크리스의 작은 순간은 결코 작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