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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Oct 20. 2020

이별 -1

내게 이별은.




이사 나오기 전 24년을 살았던 우리 집에는 작은 마당이 있었고, 그 한켠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그곳에는 감나무가 한그루 있었는데, 가을이면 빨갛게 감이 열렸고 그 감은 내가 여태 먹어본 적이 없이 달콤한 꿀 같은 감이었다. 그래서 떫디 떫은 감이 홍시가 되어갈 무렵이면 그렇게 새들도 우리 집 마당으로 날아들어와 감을 쪼아 먹곤 했다. 그걸 발견하면 엄마는 당장에 달려 나가서 새들을 기다란 막대기로 휘휘 저어가며 쫓아냈고 그 옆에는 늘 우리 집 강아지들이 함께였다. 엄마가 막대기로 놀아주는 줄로 착각하고 꼬리를 흔들며 방방 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매번 창가에 이마를 붙이고 서서 한참을 킥킥대며 웃고는 했다.




어느 정도 감이 익었다 싶으면 엄마 아빠는 주말에 어김없이 감나무 위로 올라서 감을 떼어냈다. 주렁주렁 감이 달린 가지를 째로 떼어와서 거실벽에 매달아놓으면 며칠 뒤에 주황색 빛을 뽐내며 그것들은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홍시가 되었다. 이제나 저제나 언제 붉어질꼬 기다리며 흘끔거리던 나는 먹어도 좋겠다는 엄마의 허락이 떨어지면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가 받쳐먹을 접시를 손에 들고 홍시를 한입에 호로록 삼켜냈다.




너무 높이 있어서 차마 떼어내지 못한 것들은 새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거나 바닥으로 툭 떨어져서 우리 집 강아지들의 간식이 되었다. 강아지가 홍시를 먹어도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우리가 아무도 집에 없는 틈에 떨어져 버린 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없을 때 먹은걸 어떻게 알았냐고?? 학교 갔다 돌아와서 돌계단을 팟팟 뛰어오르며 
“두리야!”
부르면 그제야 입 주변에 온통 주황색 털을 매달고 입맛을 쩝쩝 다시고 어슬렁 달려오기에 영락없이 감을 먹은 거다 싶었지 뭐. 먹고 별 탈 없었으면 되었다.



이별은 내게 이런 것이었다. 사소한 기억들. 그 기억 속에 묻어있는 행복. 행복의 크기만큼 터져 나오는 눈물.



 감나무를 생각하면 저절로 나무에 오르던 젊은 날 엄마 아빠의 뒷모습이, 그날의 소란함이 떠오르는 것이다. 주황색 털을 쩝쩝거리며 꼬리를 흔들던 나의 강아지들이 다가오는 것이다.



 사소하디 사소하여 일상이라 부르던 그것들. 더 이상 매일 볼 수 있는 일상이 될 수 없기에 특별하게 더 아픈 이별. 늘 곁에 있어 당연하던 것들을 잃었을 때 상실과 허망함이 내게는 ‘이별’이라는 단어로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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