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봄
오랜만에 브런치에 작업기를 업로드하네요. 외주 작업과 기타 저를 부르는 일들로 바쁜 2월을 보내고 3월은 쉬어가는 달이었습니다. 날이 포근해지기 전에 그동안 한 번은 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꼬모레 중림점 매장 내부 인테리어 정리입니다. 카페가 어느덧 10년을 바라보고 있는 흔치 않은 오래된 카페인데요. 그래서인지 당시엔 예쁘고 포근해보였던 컬러나 인테리어 소품 등이 문득 올드해보이고 산만하다고 느껴지며 언젠가는 리뉴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작은 봄맞이 매장 청소로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고 비워내면서 새로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였어요. 마침 공휴일이 끼어있던 어느날 나무 테이블 색상 변경(사포질+오일 스테인 바르기+사장님 직접 시공) 작업을 시작으로 디자인도 본격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장님과 회의 결과 내부의 구조적인 큰 변화는 주기 어려웠기에 작은 변화만으로 새로움을 주고자 하였고요.
목표는 "기존의 따뜻한 느낌은 그대로 두고 깔끔함과 귀여움을 더하자!"는 것이었어요. 작업내용에는 메뉴판이며 쿠폰, 테이블 상판, 가구의 리폼 등 디자인부터 크고 작은 것들이 포함되었어요. 포스팅에는 제가 작업한 디자인 작업물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유리에 붙일 레터링 시트지와 인쇄가 들어가는 실사출력으로 유리쪽을 새롭게 꾸며보았어요. 꼬모레 외관 주변은 건물자체의 어두운 색상과 어닝의 그림자로 인해 어두운 느낌인데요, 그래서 마치 하나의 가게처럼 보이지만 큰 건물에는 고깃집과 횟집, 편의점 그리고 카페 꼬모레 등 여러 가게들이 모여있어요. 그런 이유로 횟집 손님들이 입구를 착각하여 카페로 들어오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어요. 지금은 검정색인 외관의 칠을 밝게하면 가장 효과가 좋겠지만 외장재 소재와 실리콘 색상 등의 이유로 (가장 큰 것은 예산문제!) 칠하는 것은 일단 보류되었어요. 대신 전면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의 유리창을 눈에 띄게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먼저 외관과 내부 사진을 각각 찍고 스케치를 했어요.
사전에 미리 그려보며 계획을 하고 들어갈 내용을 정합니다. 그 후 디자인 파일로 만들어서 시트지 업체에 주문을 넣습니다. :) 저는 색상은 밝은 노랑과 흰색으로 결정하였고요. 충무로에 있는 업체에 맡기고 직접 픽업해왔답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짬바(?)로 인해 레터링 시공은 일도 아닌... 묵은 기존의 시트지 떼어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던... 업체에서 남는 공간에 몇가지 여분의 레터링도 챙겨주셔서 정말 요긴하게 사용했어요...! 감사합니다. 가온 레터링 사장님 :)
밖에서 메뉴판을 보고 가는 분들이 많아서 기존의 테이크아웃용 메뉴판을 2배 크게 만들고 메뉴별로 커피와 논커피, 차 등 구분하기 쉽게 디자인 하였어요. 기타 자잘한 부분들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게요,,,,
저는 디자인할 때 가독성과 바로 이해가 되는 (글자가 가지지 못한) 이미지만의 장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합니다. 일단 예뻐야함은 물론이고요, 기존 매장 그러니까 환경과 어울려야하는 것도 물론이고 디자인의 역할, 목적에 부합하며 즉시 이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여러번 읽고 물어보게 된다면 실패한 디자인이라고요. 만약 손님과의 더 깊은 스킨쉽을 원하는 매장이라면 손님이 설명을 요구하게 만드는 것이 알맞겠지만 디자인물만 보고도 바로,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적에 따라 그것이 다를 순 있겠지요.)
저도 뭐 늘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구 실패도 많이하고요. 그래서 무엇을 바꿔야할지 눈여겨보고 업그레이드를 하곤해요. 디자인 전, 철저히 계획하지만 결코 모니터만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성할 순 없거든요. 공간은 입체이고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것들도 매우 많습니다. 예를들면 동선이라든가- 손님들이 머무르고 시선을 두는 곳, 현장의 광도, 기타 그때 그때의 분위기 등이요!
밤에 본 것은 또 다르고-
빛에 강한 실외용 시트지로 제작했어요. 오래 오래 사용하자! :)
금연표시는 붙였다가 최종적으로는 떼어버렸어요. 폴딩도어의 가장자리는 가장 많이, 잘 보이는 위치라 금연이라는 '경고'보다 분위기를 밝히는 손글씨 로고가 더 눈에 띄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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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후 확실히 카페가 눈에 띄게 되었어요. 이곳에 카페가 있었냐는 새삼스런 발견을 하는 손님분들도 만나고 말이죠. 이 자리에 9년동안 있었건만...(하하핳) 그런고로 미션 성공!
포스터는 함께 일하는 실내 인테리어 전공 현역, 막내 *현씨와 함께 했어요. 의견도 함께 수렴하고 포스터 스케치며 초기 디자인 구조를 맡아주었어요. 덕분에 제가 할 일이 확 줄어서 빠르게 한 달 안에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
(냅다) 최종 결과물
포스터를 붙이고 아몬드 라떼와 케이크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대요. 원래 케이크는 카운터와 멀리 떨어져있는 쇼케이스에 사진으로 진열되어 있었는데요, 포스터로 먹음직스러운 사진으로 대체하니 확실히 커피와 같이 먹고 싶은 마음이드네요. :)
그냥 예쁘기만 한 포스터가 아닌. 각 포스터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 있어요. 하나씩 메뉴에 대한 설명과 카페에 대한 소개가 조용히 들어가 있고요. 응대시 손님께 이미지와 함께 설명할 수 있으니 더욱 효과적이겠지요?
메뉴판은 키친 상부장에 큼지막하게 붙어있지만 손님들은 멀리 크게 쓰인 메뉴판보다 작더라도 바로 앞에 있는 메뉴판을 더 찾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석으로 탈부착 가능하게 만든 A4사이즈 메뉴판과 밖의 유리에 붙인 테이크아웃용 메뉴판 이렇게 두개를 작업하였어요. 제가 먼저 A4 사이즈 메뉴판의 레이아웃을 정하고 그걸 그대로 A3 사이즈로 변환해준 작업을 막내 *현씨가 해주었습니다. :)
메뉴판에는 무조건 한글과 영문 두가지 다 넣고 싶었습니다. 기존에 영문 메뉴판을 따로 두고 사용하시던 불편함을 해소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화면에서 보면 글씨가 빼곡해보이지만 실물을 보면 꽤 넉넉하고 잘 보여서 다행이었답니다. :)
소재. A3 사이즈의 테이크아웃 메뉴판은 실사출력으로 유리창 점착용 합성지 PVC-LS 화이트 소재에 인쇄하였습니다. 스티커보다 잘 떨어져서 잘못 부착한 경우 떼어서 다시 붙일 수 있고요. 끈적이는 잔여물도 남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인쇄는 선명하고 빗물에 훼손되지 않고 색상이 빚에 바라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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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 효과도 좋았겠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현실적으로 돈을 쓰지 않고 효과는 높이고 싶은 -> 한계 안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함께 힘을 모아 보았습니다. 기꺼이 즐겁게 작업 함께한 막내와 나 자신을 칭찬하며 디자인물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자영업하는 사장님들의 어려운 요즘의 시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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