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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임 Oct 31. 2023

엠지티안, MZ티안나게 살게9

카톡, 저 내일부터 그만 둘게요

차라리 상벌이 분명한 대기업이라면 다를까. 일에 대한 대가가 크고 법적인 책임문제도 큰 회사라면 그들의 태도가 달라졌을까. 작은 회사라 체계적인건 맞지만, 내가 만난 후배들 중 사표를 들고 정식으로 퇴사를 얘기한 사람은 단 한명에 불과했다. 10명 정도의 퇴사자가 있었고 그 둘 중 한두명은 한달전에 퇴사를 얘기했고 두세명은 일주일전, 절반은 하루 전 내지는 그 주 금요일까지 근무하겠다는 퇴사선고를 내렸다.


거기다가 첫 퇴사선고는 대부분 카톡메시지. 본인의 입으로 퇴사하겠다는 말을 한 친구는 두세명 정도였다. 대부분 카톡으로 선 통보, 만나서는 후 어색이었다. 기미가 없었던건 아니었던지라 눈치는 까고 있었고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키톡'으로 퇴사통보를 받는다는건 정말 기분이 더러운 일이었다. 물론 퇴사소식이 반가운 이들도 있었지만.


퇴사 뿐만 아니다. 말로해야 할, 혹은 대화로 풀어야할 많은 이야기를 카톡으로 통보받을 일이 많다. 지각이나 연차 등도 마찬가지였다. 지각을 통보받는 경우는 대부분 당일 오전 8시 50분(출근이 9시까지다). 물론 출근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지각을 통보받은 적도 있다.


"팀장님 저 오늘 늦을거같아요"

(응? 벌써 늦었는데?)


"팀장님, 저 내일 연차쓸게요"

(응? 야 지금 시간이 밤 11시다...)


이런 문제로 지적한 일은 없다. 출퇴근 시간은 정해져있지만 우리는 타부서와 달리 외근이 잦아 나름 자체적으로 탄력근무를 하고 있었고, 외근이 에너지소모가 많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출근은 늦게 퇴근은 빠르게 정책을 쓰고 있었다. 물론 주말에 1~2시간 근무할 일이 있으면 꼭 평일에 대체휴무를 챙겨줬다. 대가가 크지 않은 회사였기에 탄력적인 출퇴근과 대체휴무로 그들의 불편함을 풀어주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월급주는것도 아닌데 난 그들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느꼈던것 같다. 갑자기 변명을 하게되네.


아무튼 중요한 건, 그들은 늘 불편하거나 회피하려고 할 때 카톡수법을 쓴다. 어쩌다 한 두번이면 이해한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카톡을 이용해 실체를 숨기는 일에 망설임이 없다. 만약에 내가 출근시간이 한참 지나서야잠에서 깬다면? 카톡보낼 정신은 있나? 바로 상사에게 전화하라. 목이 잠긴 목소리로, 잠이 덜깬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제가 늦게 일어났어요. 금방 가겠습니다."


물론 화를 내기도 하겠지. 근데 잘못했으면 화를 당해야 하는것 아닌가. 혼나는건 당연한 일이다. 왜 말로 듣는게 두려워서 카톡으로 도망가려 하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연차를 쓰려고 한다면? 카톡말고 전화해라. 밤 늦은 시각이라도 차라리 전화를 해라.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내일 연차좀 써도 될까요"


혹시 안된다고 하면 본인의 사정을 목소리로 설명해라. 진정성있게. 카톡으로 아무리 구구절절 당신이 무언가를 설명하려 해도, 그 효과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목소리와 대화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혼나는게 두려운가? 그럼 혼날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이미 혼날 짓을 했으니 혼나는건 당연한거다. 차라리 그 편이 낫다. 당신이 말해야 할 때,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카톡으로 방패를 삼는다면, 상사는 그 상황에서는 당신을 받아주는 척 하겠지만 당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몰래 쌓아갈 것이다. 가끔 난 사람의 이미지가 통장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0원의 계좌가 있다. 그럼 나는 끊임없이 그 계좌에 돈을 넣으려 노력해야한다. 매일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언제는 플러스 언제는 마이너스. 그리고 플러스가 되기를 노력하겠지. 근데 통장없이 체크카드만 들고 다니며 잔액확인 없이 쓴다? 돈은 커녕 마이너스만 된다.


엠지라는 이미지도 결국 자기가 쌓아가는 거다. 도망가기를 좋아하는 엠지를 잡으러 다니느라 내 지난 세월을 참 많이도 허비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칼은 솔직하지만, 펜은 왜곡한다. 왜곡의 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결국 진실된 마음은 무너진다. 카톡으로 수백번 죄송하다고 해봐라. 그 사람은 답장으로서의 '그래 괜찮다'를 얘기할 뿐 마음으로는 백분의 일도 당신의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음을 깎아먹는 일.


잘못할 때 오지게 혼나는 자세. 혼나기를 두려워하지마라. 절대. 그리고 제발 퇴사통보할 때 제발 얼굴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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