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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심 Feb 13. 2021

2021.02.13 12:30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

오랜만에 명절을 맞이하여 사촌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다른 언니의 시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요즘 세상과는 좀 거리가 있는 그런 시가의 이야기였다. 듣기만 하는데도 숨이 좀 많이 막혔다.


통화가 끝나고 나서 나의 결혼 생활, 특히 시가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누군가가 봤을 때는 답답한 면이 있겠지만 이야기를 한 사촌언니도 놀랄 정도로 난 며느리로서 일반적으로 강요하는 그런 역할을 거의 하지 않고 살고 있다. 좋은 시부모님이지만 그렇다고 시부모님께서 전통적인 사고를 안 하시는 분들은 아니시기에 간혹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시긴 하지만 그것이 내 역할이 난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당히 넘기거나 평화롭게 넘길 수 없다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나도 사실 좋은 이야기가 아닌 거절의 말을 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할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하지만 항상 그럴 때 생각한다. 과연 내가 이것을 평생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렇게 생각해서 아무 불만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 하는 편이다. 


간혹 혹자는 좋은 세월에 결혼해서 그렇다고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좋은 관계로만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나도 아마 그런 요구들이나 시선들을 참기만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좀 상황이 불편하고 관계가 껄끄러워지더라도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즉, 아무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상황을 견디면서 한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인 것이다. 물론 그 노력을 받아주는 상황을 만난 것도 행운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고를 준 엄마께 고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스스로 이런 상황이 나에게 부당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다면 나 자신을 지켜내기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항상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신 엄마께 다시금 감사를 전한다 (엄마, 하늘에서 보고 있죠?)


※ 타이틀 이미지는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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