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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lim Jun 17. 2017

가장 원하는 것 말고, 가장 두려운 것

2017년 6월 16일의 울림

 


정말 원하는 것을 말하라는 질문은 너무 어려웠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뭔데?

 그런 건 사실 기적 같은 깨달음이잖아. 꼭 직업 얘기가 아니라. 


 널 끝없이 꿈꾸게 하는 단 하나를 이루며 살아가는 건 또 하나의 신데렐라 꿈일 뿐. 하나의 재능이 하나의 꿈으로, 그래서 삶으로 이어져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얼마만큼의 뜨거움이어야 내 꿈일 자격이 있는 것일까. 단 하나의 소망으로 키우기에 충분한 열정일까.


 그래서 가장 원하는 것이 뭐야, 라는 질문과 아주 비슷한데 조금 더 쉬운 걸 하는 거다. 제일 무서운 것을 찾는 것. 사실 무언가가 좋아서라기보다 무언가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더 잘 움직여지니까.


 시간이 지나 어느 길 한복판에 서서 어쩌다 보니 여기라고 밖에 할 말이 없는 삶이 되어버릴까 가장 무서웠다. 그렇게만은 정말이지 살고 싶지가 않았다. 


 모든 걸 손아귀에 넣고 살겠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내 삶과 너무 멀어져 흘러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지는 않고 싶다는 것. 매 순간을 고민하고 느끼고 또 종종 치열하고. 그래서 가는 걸음에 무슨 모양의 마음이 어떤 색깔로 찍혔는지를 다 기억하는 것. 기록하는 것. 그거였다, 내가 원하는 것. 

 스무 살의 나보다 스물한 살의 내가 더 좋은 것. 스물세 살의 나보다 스물넷의 내가 더 좋은 것. 그리하여 내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좋으리란 작지만 큰 바람으로 주먹 쥘 힘이 나는 것.


 막연히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되기에 성공하기보단 너무 힘들어도, 부족한 내 바닥에 부딪혀도 사랑에 노력함을 끝내 멈추지 않는 것. 절망하여 체념하지만은 않는 것. 

 아끼는 이의 슬픔에 무능력함만은 느끼지 않도록 부지런히 겪고 또 고민하고 이해하기를 연습하는 것. 그런 것들.


 한동안은 나를 너무 모르겠어서 어려웠다.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데 나를 잘 모르겠어서. 나의 다음이 되어도 좋을 자격기준을 놓고 망설이기만 하면서.



 나일지도 모를 누군가가 심어두었던, 꿈도 없는 사람이 되는 길을 버렸다. 대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나올 수 없는 답 찾기를 그만두겠다.



2017년 6월 16일

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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