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6`베트남 사파
베트남 북부의 작은 마을, 사파.
열두 개의 산악 부족이 살고 있는 이곳은,
그들의 삶을 느끼고자 찾아온 관광객으로 북새통이다.
시내에 가까울수록 진짜 소수민족의 모습보다는,
'소수민족을 보러 온 이들을 위한 인위적인 모습'을 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신차이 마을부터는 그들의 진짜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는 듯했다-
뭐, 나 역시 그들의 삶을 엿보러 찾아온 구경꾼이면서,
그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내 이기심이려니.
그래도 사파에서만큼은 관광지스러운 북적임에서 벗어나고 싶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산기슭에 있던, 빨갛고 작은 집.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그곳이 참 좋았다.
그곳에서의 하룻밤.
별이 한 차례 떴다 진, 아침.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다.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커튼을 간질인다.
새가 몇 마리나 오고, 또 가고.
커튼을 간질이던 바람은 어느새 나뭇잎에 부대끼며 사그락 소리를 낸다.
사그락-
순간 떨어지던 두어 개의 잎이 햇빛과 만나 반짝- 빛난다.
그리고 그 위로 발자국을 내는 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분명하다.
오늘 하늘은 몹시도 파랗다.
파아란 하늘 아래에는, 초록빛이 한가득이다.
눈을 뜨지 않아도 볼 수 있던 풍경.
그날의 사파,
완벽했던 아침.
비단 사파의 아침만이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한 번 시험해볼래요?
당신의 내일 아침 -기왕이면 주말이 좋겠지요-
두 눈 꼬옥 감은 채
아침을 그려보세요.
공기의 냄새로,
혀의 촉감으로,
소리로,
온몸 곳곳의 감각으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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