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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MAY Oct 31. 2017

"내가 여기 있어"

세계일주 D+2 | 베트남 하노이



갓 도착한 하노이는 온통 뿌연 매연으로 가득했다. 목은 따끔따끔, 코는 먼지를 가득 머금어 아무리 풀어도 컵컵했다. 끊임없는 경적 소리는 덤이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뭐가 그리도 급한 거야? 

베트남에 가면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거라더니, 이건 뭐…

한국이나 여기나…’


귀를 쏘는 경적소리가 싫어 이어폰으로 귀를 막으려는 찰나, 지나가는 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응?’ 뭔가 이상했다. 주변 다른 이들의 표정도 살펴보았다. 이상하게도 누구 하나 기분 나쁜 표정으로 빵빵-대는 이 없었다.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곳의 경적소리는 

‘빨리 가’가 아닌 

‘내가 여기 있어’라는 사실을…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근육이 스르르 녹았다. 



‘내가 여기 있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를 괴롭게 만든, 이해할 수 없던 그의 행동들도 이 경적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얼굴을 찌푸리며 귀를 막아버릴 것이 아니라,

그를 좀 더 바라봐주었다면,

들어주었다면,

우리는 지금 조금 달라졌을까.


‘내가 여기 있어’

‘내가 여기 있어’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이런 경적을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내가 

당신의 '빨리 가'와 '여기 있어'를 구분할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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