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4|베트남 하롱베이
하노이에서 3일을 보낸 후, 버스로 3시간 남짓 걸리는 하롱베이로 향했다. 하노이에서 미리 1박 2일 크루즈 투어 신청을 해둔 터라, 도착하자마자 예약된 크루즈에 탑승했다. 투어 예약 시 가장 저렴했던 크루즈를 선택해, 주변 크루즈에 비하면 통통배스러운 느낌마저 들었지만, 하룻밤 신선놀음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짐만 풀고 2층 갑판으로 올라와, 선베드에 누웠다. 하늘 참, 예쁘다. 내일까지 이렇게 물 위를 떠다니며 니나노-놀면 그만이라니! 잠시 배의 둥둥거림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있던 틈에, 앞 쪽 선베드에 한 커플이 자리를 잡는다. 엉덩이를 맞대고 함께 누워 꺄르르 꺄르르. 독일 커플이던 그 둘, 참 예뻤다. 단순히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시력이 나쁜 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시 하늘.
아, 그립다. 문득 그리운 얼굴이 구름 위로 떠올랐다.
당신, 참 그립다.
사실 나는 혼자 여행을 할 때 종종 ‘억지 그리움’을 느끼곤 했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만 할 것 같은데, 그 누군가가 선뜻 떠오르지 않을 때, 나는 이미 잊은 지 오래인 과거의 사랑, 혹은 그 과거의 또 과거의 사랑까지 억지로 떠올려 곱씹고 그리곤 했다. 내가 혼자 했던 첫 중국 여행이 특히 그랬다. 상해 와이탄의 야경을 보고 잔잔한 노래를 듣으며, 딱 그리워할 얼굴 하나만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 도무지 떠오르는 얼굴이 없는 거다.
아마 네가 없었다면 오늘 역시 그러했겠지…
또다시 하늘.
누운 자리 위로 구름이 지난다.
해가 서이- 왔다 느리게 스쳐간다.
쪽 섬 몇 개나 지나고, 또 지나고…
나만 멈춰있고 모든 것이 스쳐가는 듯한 지금,
스쳐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랬던 얼굴 하나.
스쳐가지 않을 인연이라 믿었던 당신.
'그래, 오늘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라고 생각했다.
하롱베이의 하늘을 가득 메운 파아란 그리움.
그 그리움이 감사한 오늘이다.
당신에게는 오늘을 더 아름답게 해줄
애닳게 그리운 이가 있나요?
있다면, 그건 슬픈 일이 아니에요.
참 감사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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