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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n Dec 16. 2023

강릉 카페 Covert Branding

강릉 교동에는 청수탕이라는 오래된 목욕탕이 있었다. 나즈막한 언덕길 모퉁이에 위치한, 조금 특이하게 생긴 4층짜리 목욕탕 건물은 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2022년에 들어서 카페 코버트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멈춰있던 시간동안 목욕탕 곳곳에는 뽀얀 먼지가 쌓였다. 낡고 허름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목욕탕의 온기가 느껴졌다. 앞으로 이 공간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추억 속에 남아있을 이 공간의 이야기를 함께 지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기존의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적절히 교차시키며 시간의 흔적을 새로 엮어나가기로 했다.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얼마나 많은 삶들을 맞이했을지 모를 매표소가,
수도꼭지가, 보일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씻어내고 무엇으로 다시 그 자리를 채워갔을까.



교동 청수탕
지하실의 보일러


공간재생이라는 개념이 또다른 마케팅 수단이 되었지만, 사실 공간의 가치는 물리적인 것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청수탕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다고 해서 그때의 목욕탕이 될 수 없듯이, 이 공간을 현재의 시각으로 다시 해석하고 재구성했다. 기존 건물 구조는 유지하되 카페로 사용될 1, 2층 공간은 전체 철거 후 새로운 쓰임새에 맞게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청수탕의 타일만큼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Designed by Design2Tone


사람들은 앞으로 이곳을 뭐라고 부르게 될까? 강릉 지역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개성있는 식당과 카페들도 부쩍 많아지는 시기였다. 부르기 쉽고, 젊은 타겟에게 호기심을 줄 수 있는 이름. 그렇게 Covert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Covert는 은밀한, 비밀의, 은신처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마치 청수탕이 그러했듯이, 카페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비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공공연하게 우스갯소리를 나눌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도, 이후에도 코버트는 은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정제되어 있지도 공식적이지도 않다. 누군가는 썼다가 지우고, 또 누군가는 덮어버리거나 들춰낸다. 이러한 맥락으로 코버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했다.




코버트 로고타입.정돈되지 않은 이야기를 표현했다.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야 / 솔직히, 지금 그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어 / 괜찮아. 무슨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못봤어
누군가의 비밀, 뒷담화, 실체없는 소문을 연결하고 편집하는 행위를 메시지의 표현방식으로 담아냈다.



브랜드 스토리




https://www.instagram.com/covert_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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