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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n Apr 21. 2024

켄터키의 증류소들

버번위스키 증류소를 여행하다 #2

버번위스키 증류소를 여행하다 #1

2023.04.21 Day 02


Old Forester Distilling Co.

119 W Main St, Louisville, KY 40202, United States


루이빌 시내에는 작은 증류소들, 위스키 브랜드 매장들이 모여있다. 그중 길을 걷다가 들어간 Old Forester. 한국에서도 몇번 본 것 같은 브랜드이다. 투어 프로그램을 미리 예약하지 않았기에 오픈된 공간만 가볍게 훑어봤는데 어제 봤던 Angel's Envy 처럼 젊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굿즈들이 인상깊었다.


이 곳의 증류기가 가장 압도적이었다. 수직으로 높게 뻗은 황동빛 증류기는 실제로 작동되고 있었다.


도심에 위치한 증류소들은 공간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방문객에게 짧고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간에 들어서면 작은 접객공간을 지나 시원하게 뚫린 수직공간에 대형 증류기가 위치해 있다. 4층 높이 정도의 증류기는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계단 위 2층에서는 유리벽 너머로 병입 공정을 구경할 수 있다.



Old Forester는 증류소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잘 만들어 놓은 브랜드 플래그십 매장과 같았다. 일반 방문객에게는 생산 과정을 적절히 노출시키고 있으며, 투어 방문객에게는 조금 더 상세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 굿즈를 매우 잘 구성해 놓았는데, 위스키라는 상품 카테고리를 넘어서 오크향, 배럴 숙성 등으로 다양한 상품에 스토리를 연계하고 있었다.



Old Forester도 방문객을 위한 시음 공간과 Bar를 운영하고 있다. Angel's Envy에는 3종의 상품만 있었던 반면에, Old Forester는 꽤 많은 라인업을 활용하여 다양한 조합의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이고 있었다. 논알코올과 칵테일 메뉴도 있었고, 위스키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선택하여 맛볼 수 있다. (위스키에는 기본적으로 안주의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테이스팅이라고 하지만 아침 10시부터 몇잔의 위스키를 마시려니 쉽지 않았다.)




Maker's Mark Distillery

3350 Burks Spring Rd, Loretto, KY 40037, United States


우리는 루이빌 시내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Maker's Mark Distillery로 이동했다. 우리의 출장 목적지 중 한 곳인 이곳은, 수십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증류소 건물들이 넓은 자연 속에 위치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지터센터에 들어가면 투어 가이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도 15명 정도의 방문객이 하나의 그룹이 되어 투어를 시작하는데, 야외 조경도 잘되어있고, 각각의 생산 공정이 서로 다른 건물에 배치되어 있어 조금 더 여유로운 투어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위스키를 만드는 프로세스는 모두 비슷하다. 하지만 브랜드마다 강조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른데, Maker's Mark는 오래된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는 만큼 위스키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오래된 목조 건물에 위치한 발효 공간은 Maker's Mark 투어의 핵심 요소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대형 발효조, 발효 중인 술을 바로 앞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한 명 정도는 발효 중인 술에 손가락을 담궈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발효 공정을 지나면 라벨 인쇄소를 보여주는데, 브랜드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Maker's Mark의 모든 라벨을 이곳에서 직접 인쇄하고 있다. 기념으로 라벨 한장씩을 나눠주는데, 디지털 인쇄나 현대화된 인쇄 설비가 아닌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암반 지형과 절벽을  활용한 전통적인 방식의 목통저장고 &70살이 넘은 증류기.


Bottling 공정은 Maker's Mark의 또다른 시그니처 요소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빨간색 봉인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느끼고 있듯이, 병 입구를 빨간색 왁스에 담그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왁스가 더 많이 묻은 제품이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고 있어, 의도적으로 차이를 둔다고 한다.) 기념품샵에서 왁스 실링을 체험할 수 있다.


테이스룸과 기념품샵



Bardstown Bourbon Company

1500 Parkway Dr, Bardstown, KY 40004, United States


Maker's Mark와 약 30분정도 떨어진 지역에 바드스타운 증류소가 있다. 이곳은 매우 최근에 지어진 증류소인데 아직도 일부 건축물이나 조경이 완성되지 않은 듯 했다. 이곳이 다른 증류소들과 가장 다른 점은 우리나라의 물류센터 같은 대형의 지상 건물들이 배럴하우스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전통적인 모습의 증류소가 아닌, 현대화된 시설, 대량생산되는 위스키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 규모는 정말 압도적이다. 여러 브랜드의 위스키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브랜드라고 하니, 아마도 많은 노하우와 자신감을 가졌나보다.



바드스타운도 다른 증류소들과 같이 방문객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하나의 특징은, 일반적인 증류소 콘텐츠 외에도 F&B가 매우 잘 갖춰져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방문객들이 투어를 마치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일반 방문객들도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하는 듯 했다. 자체 주류 외에도 다양한 음료를 판매하고 있고 음식 메뉴도 다양했다. (사실 다른 증류소는 위스키 시음을 제외하면 먹고 마시고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보니 체류 시간도 한정적이었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다보니 조금 더 여유롭게 머물게 되었다.)


그동안 봐왔던 증류소의 모습 보다는 F&B 공간에 가깝다.


바드스타운의 방문객은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조금 더 젊었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조금 더 일상적인 분위기에 가까웠다. 증류소의 위치 상 지역 여행자들의 비중이 높겠지만, 왁자지껄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인근 지역에서가볍게 방문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소셜라이징을 고려한증류소의 모습이 꽤 신선했다.



James B. Beam Distilling Co.

568 Happy Hollow Rd, Clermont, KY 40110, United States


마지막 일정은 짐빔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빔 증류소이다. 루이빌 근교의 넓은 평야 위에 하얀색의 미국식 목조 건물이 인상적이다. 제임스 빔도 여러 종류의 증류소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투어 시간이 맞지 않아 비지터센터만 둘러볼 수 있었다. (실제로는 가장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것 같다.)



제임스 빔의 비지터센터에는 높은 층고를 활용한 증류기 모양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1층, 2층 모두 굿즈샵으로 채워져 있는데 모든 증류소 중에 가장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 브랜드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Nike, Malbon, Callaway 등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제품까지 있는 걸 보면 미국에서도 브랜드 위상이 괜찮은 브랜드인 것 같다.) 비지터센터 1층에는 투어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리셉션과 휴게공간, 포토부스와 같은 휴식, 판매 공간을 잘 갖춰두었고, 2층에도 여러가지 굿즈 판매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폐장 시간이 다 되어서 도착했기에 다른 방문객들이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별도의 F&B 공간까지 잘 조성되어 있는 걸 보니 이곳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방문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야외 경관과 조경, 실내 시설과 인테리어 모두 완성도 높게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잭다니엘처럼 흔하지만 조금 덜 매력적인? 위스키 브랜드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충분히 매력적인 브랜드로 느껴졌고,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긍적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브랜드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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