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의 실수, 그리고 탈락.
유로 2020의 독보적인 우승후보였던 프랑스가 16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던 스위스였기에 프랑스를 탈락시킨 것은 그들에겐 더 없는 동기부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사상 첫 8강 진출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아스날의 그라니트 자카가 주축이 된 스위스라서 개인적으론 흐뭇한 결과였지만, 메시, 호날두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는 슈퍼스타의 PK 실축을 보면서 안타까움 마음도 꽤나 컸다.
난 왜 음바페에게 정이 가는가. 아스날의 무패 우승 스쿼드 중 주축이 되는 멤버들이 프랑스 국가대표였다. (티에리 앙리, 로베르토 피레스, 패트릭 비에이라.) 덕분에 그 뒤로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게 된 점, 또 벵거가 한 때 음바페를 영입하려고 애썼던 시간이 있던 점인 것 같다. (이제 아스날에선 다시 볼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월드 클래스..) 하지만 결정적인 건 음바페를 보고 있으면 앙리가 생각난다. 신이 축구하라고 내려 준 것 같은 신체 밸런스, 그를 이용한 시원시원한 드리블과 스피드는 앙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바페는 호날두가 우상이라고 하는데, 그의 플레이를 보면 호날두보단 앙리가 먼저 떠오르는 건 벵거가 씌워준 색안경 때문일까?
이렇게 정이 많이 가는 타 팀 선수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음바페의 이번 PK 실축을 통해 아쉬우면서도 희망적인 부분을 보게 되었다. 음바페는 알다시피 98년생으로 올해 23살이다. 일반적으로 축구 선수들은 20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맞이하곤 하는데, 그는 일찍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보여주는 모습들이 전성기가 아니라면 그는 메시, 호날두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우승, 리그 득점왕, 월드컵 우승 등 이미 축구선수로써 모든 걸 이뤘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음바페가 유로 2020이라는 큰 대회에서 PK 실축을 했고, 그로 인해 프랑스가 탈락을 했다는 점은 음바페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경험이었을 것 같다. 온전히 본인의 실수로 인해 팀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것. 당시엔 인정하기도 힘들었을 테고 좌절도 하며,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겠지만, 길게 보면 또 다른 무기가 생긴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음바페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고, 분명 강자가 항상 이기는 것이 아님을 느끼며 보다 성숙해진 음바페로 돌아올 것이기에.
앞으로 보여줄 날이 더 많은 음바페 이기에 나의 이런 상상력 발휘가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음바페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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