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함이 느껴지면 안 되는데.
하늘엔 새로운 해가 떴는데 정작 나는 그대로였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출퇴근을 한다. 자의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건 헬스장에 다녀오는 것뿐. 그렇게 유익하지 못한 평일을 흘려보낸 후, 도대체 어디서 나온 보상심리인지 주말엔 놀거나 쉬려고만 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아마 수년간은 비슷했다.
이렇게 게을러진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첫째는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들려고 했었다. 사실 가진 것도, 이뤄낸 것도, 믿을 구석도 없는 몸뚱이 하나인데. 남들 다니는 직장, 남들 즐기는 취미나 여가생활. 이런 부분을 어떻게든 갖추기만 한다면 나에게 크게 관심 없는 이 세상의 시각으론 그냥저냥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같아 보일 테니까.
이렇게 스스로가 못났음을 느끼는 시기에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어언 4~5개월 만에 보는 반가운 친구들이었다. 나는 전과 다를 것 없이 어떻게 지내는지, 웃고 떠들면서 철없이 놀다 올 생각에 한껏 들떠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이 변해있었다. 웃고 떠들기는커녕 나만 모르는 그날의 토픽이 있었던 것 마냥 '부동산'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근래의 관심사가 부동산인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 대화들이 이해가 됐지만 왠지 모를 소외감에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도 했고, 그런 분위기 속에 있으려 나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물론 나도 언젠가는 분명히 관심을 가지게 될 내용이었지만 적어도 그 자리에선 즐겁고만 싶었다.
평생 웃고 떠들 것만 같았던 친구들이 점점 낯설어진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어색함을 그 자리에서 느꼈다. 나에게 우월감을 느끼는 것 같은 친구도 있었고, 예전의 내가 아니란 듯 어필하는 친구도 있었다. 사실 나보다 우월하거나 크게 달라진 친구는 없다고 느꼈지만, 점점 본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 나쁠 것도 없다. 나도 곧 그렇게 보여질지 모르니까, 이미 그랬는지도 모르고.
20대 초반에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형이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30대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이 곁에 없다고. 아마 나도 그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론 친구들을 통해 자극도 많이 받았다. 보다 치열하게 살면서 그들보다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으니까. 이젠 '예전처럼' 은 없다. '이젠 이렇게 살고 있어.'의 대화를 위해 살아야 할 30대가 실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