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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Feb 07. 2022

신점을 보고 얻은 것.

뜻밖의 수확.





 신점으로 내 인생을 꿰뚫어 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스스로 방향을 바꿔가면서 순조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주변에서 신점을 보고 왔다며 흥미진진하게 풀어주는 이야기에 매료됐었다. (한동안 회사에서 신점 붐이 불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신점을 보고 오던 때가 있었다.)  '앞으로 당신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일은 어떤 것들을 안겨줄 것이며, 동시에 어떤 사람을 조심해야 하며...' 사람들은 누군가가 읊어준 본인의 삶을 그대로 전달해주면서 잔뜩 들떠 있었다. 마치 본인의 인생의 답을 얻었다는 듯이. 


 신점에 대해 정말 많은 의견들이 있다. 소름 끼치게 잘 맞는다며 맹신하는 사람들도 있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미신'에 불과하다며 전혀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이제껏 후자로 살아왔지만, 한 번쯤은 재미 삼아 경험해보고 싶단 생각은 항상 있었다. 마침 여자 친구도 가보고 싶어 해서 말 나온 김에 가보기로 했다. 


 마치 병원에서 심각한 검사를 한 뒤 결과를 들으러 가는 것처럼 긴장됐다. 어떠한 말을 들어도 분명 믿지 않을 건데도 내심 기대도 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사실 두려움이 더 컸는데,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까 봐서 보단 어떤 말을 듣고 나서 특정한 문장에 꽂혀버릴 내 모습이 더 그랬다. 분명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수만 가지 생각을 할 거고, 그 생각을 쓸데없는 상상력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으니까.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최악의 상황, 혹은 최고의 상황들을.


  사실 겁이 났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어색했지만 자연스러운 태도로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마자 웅장하게 진열되어 있는 불상들과 뭔지 모를 기운이 느껴지는 수많은 액자들은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잘못 쳐다보면 나쁜 운이 들어설까 봐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상냥하게 맞아주시는 보살님 덕에 경직된 몸을 조금이나마 이완시킬 수 있었다. 


 여태 긴장했던 것이 부끄러워질 만큼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가다 본론이 시작될 것임을 직감한 뒤로, 또다시 처음의 긴장감이 왈칵 올라왔다. 하지만 예상했던 분위기와 너무나도 상반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졌고, 보살님의 말씀에 점차 빨려 들어갔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한쪽 다리가 저려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즈음, 한쪽 다리에 전기충격기를 맞은 것만 같아 괴로웠다.) 긍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고, 주의해야 할 부분들도 분명 있었다. 좋은 것과 조심할 것의 비율이 7:3 정도로 꽤나 깔끔했다. 전부 좋은 내용만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은 나만 알고 싶기에 이곳에 적지 않았지만 첫 경험이기도 했고,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시간이라서 꽤나 특별했고 느낀 점도 많았다. 단순히 '재미 삼아' 보러 갔던 거라 지금까지도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론 건강한 자극을 받아서 신선했다. 뜻밖의 수확이라고 해야 할까? 보살님께 나의 약점이자 단점을 제대로 읽혔었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살님의 말씀은 나에게 더없이 큰 자극으로 돌아왔다. 살면서 어느 누구도 나에게 쓴소리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살았던 나태한 내 모습을 이제야 되돌아볼 수 있었고, 동시에 세상을 다시 볼 수도 있었다. 정말 어느 누구도 나의 단점을 콕 집어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분명 못난 모습, 실수하는 모습, 안타까운 모습들을 수없이 비춰왔을 나인데도.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타인의 단점이나 약점을 그대로 둔다. 아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본인의 약점을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때의 나처럼 처음 신점을 (재미 삼아) 보게 될 사람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서 말했듯 사람들은 '나'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길 바라는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신점을 믿어도, 믿지 않아도 오직 '나'를 이야기해주는 사람과의 대화는 분명 신선하고 이로운 충격을 가져다주니까. 아직 그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나는 전보다 바쁘게 살기 위해 애쓴다. 내 운이 어떻게 펼쳐져 있든 나를 지배하는 건 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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