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사 후 첫 여행,
일본 미야마초에서 찾은 답

퇴사 후 홀로 나선 첫 여행

by 더블디엣

5년의 마침표, 그리고 물음표

회사를 퇴사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그래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거래처에서 여전히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직은 변한게 없는거 같았다. 마치 긴 휴가를 떠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진짜 떠나기로 했다. 1박2일 일본 여행을 혼자서.


한국인이 그리워 보이는 한인민박 사장님

공항에 도착하고 한인민박에 체크인했다. 한인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20분가량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편안했다. 일본생활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개인 발코니도 있어요, 밤에 조용하게 맥주 한 캔 하시기에 딱 좋죠"


방을 구경하며 '아 너무 잘왔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숙소의 첫인상이 중요한데 내 마음에 들었다.


계획없는 저녁이 주는 선물

저녁이 되자 배가 고파서 밖으로 나왔다. 나는 원래 미리 찾아보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냥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들어가고 싶었지만 맛있어 보이는 집들은 전부 웨이팅이 길었다. 어쩔 수 없이 한산한 초밥집으로 들어갔다.


'이런곳이 맛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첫입을 댄 순간 진짜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계획하지 않은 우연이 주는 즐거움이 그 순간 너무 행복했다.


사장님은 일본어만 하셨지만 내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했다. 오이시이 라는 단어 하나로 우리는 행복해졌다.


자전거를 타며 느낀 일본


다음 날은 특별한 계획이 없이 그냥 자전거를 빌려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무런 걱정없이 실제로 일본인들의 삶을 느껴보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며 골목길들을 누비는 동안 마치 내가 이곳에 사는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람은 시원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너무도 여유로웠다. 모든게 편안했다.


퇴사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고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조급함도,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그 순간에는 없었다. 그저 존재했던것이다.


이제는 맞딱드릴 차례

일본에서 돌아온 지 몇 일이 지나고 어느정도 정리가 된 거 같다. 그 1박 2일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그냥 걷고, 먹고, 자전거를 탔다. 그런데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은 편안함 속에서 무언가가 정리가 되었다.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은 항상 거창한 깨달음을 주지는 않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다음에는 좀 더 오래 여행을 가고 싶다.

vista-wei-OiERUvVrioU-unsplash.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