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얼마 전 우리나라는 전청조라는 사람 때문에 소란스러웠어. 이 사람이 많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거든. ‘사기’라는 건 나쁜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야. 전청조 씨는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속여서 돈을 가로채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속상하게 했대.
사기 행각으로 밝혀진 일련의 사건들이 속속들이 신문 기사로 나오는 걸 읽고 있자니 사기꾼 고양이 이야기가 생각났어.
옛날에 영리하지만 교활한 고양이가 한 마리 살았어. 그 고양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입장은 헤아리지 않고 자신이 취할 이득만 궁리하는 고양이었지.
어느 날 그 고양이는 옆 동네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할아버지 닭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어. 할아버지 닭은 많은 가족들과 한 집에서 함께 살기 때문에 병이 온 가족에게 다 옮았다는 것도. 이 이야기를 들은 고양이는 옳거니! 제가 나서서 닭알을 훔칠 때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고양이는 뭘 했을까?
제일 먼저 근사하고 새하얀 가운을 샀어. 그리곤 가방 가게에 가서 각이 탄탄하게 잡힌 왕진 가방을 샀지. 이왕이면 똑똑하고 근엄해 보이기 위해 멋진 안경도 하나 장만했고 말이야. 가운을 입고, 왕진 가방을 들고, 안경을 쓴 고양이는 진짜 의사 선생님처럼 보였어. 단장을 마친 고양이는 옆 동네에 병든 닭 가족이 사는 집으로 찾아갔어.
‘똑똑똑’
고양이가 대문에 노크를 했어. 집에서 가장 어린 막내 닭이 나왔어. 막내도 전염병이 옮아 기침을 하고 있었지.
“콜록, 콜록. 누구세요?”
“나는 옆 마을에 사는 고양이 의사에요. 다들 안녕하시오?”
막내 닭은 문 틈으로 고양이가 입은 의사 가운과 왕진 가방을 봤어. 다들 아프니 의사 선생님이 치료해 주러 오셨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리고 문을 열어주려고 했어. 하지만 막내 닭이 문을 열기 위해 빗장에 손을 올리는 순간이었어. 뒤에 서 있던 할아버지 닭이 재빨리 막내 닭의 손을 꽉 잡았어. 그리고선 문틈을 통해 의사 차림새를 한 고양이에게 말했어.
“당신이 그냥 떠난다면 우리 가족은 영영 안녕할 거요!”
그리곤 막내를 데리고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 할아버지 닭은 고양이가 의사의 모습을 했을 뿐 진짜 의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 거야.
거짓으로 자신을 꾸미고 가장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은 정말 많단다. 애석한 일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 그렇지만 딸아, 현명한 사람이라면 거짓과 눈속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 할아버지 닭이 고양이가 의사 시늉을 내는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처럼 말이야.
물론 딸아, 속임 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어리석어 그런 일을 겪는 건 아니야.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고, 바라는 것은 다양하며, 각자 처한 상황과 환경은 모두 다 달라서, 어떤 일에서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 어처구니 없는 말에 속아 넘어가기도 해. 몹시 사리분별력이 있는 사람도 어떤 때에나,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분별력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말이야.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용하고 상황을 악용해서 거짓으로 돈, 재물, 상대방이 이룬 것, 사람의 마음 등을 속이고 훔쳐내는 사람이 늘 있는 것인지도 몰라.
딸아, 너에게도 네 마음과 상황을 이용해 너를 거짓으로 꾀어 내려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몰라. 그런 이들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날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나 또 어떤 날에는 그 거짓을 간파해 속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엄마는 네가 진실과 거짓을 분간할 줄 알고, 속임수를 꿰뚫어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 그리고 또, 네가 사랑하고 믿어온 사람에게 상처받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날 만한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또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