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여행을 떠나기 전, 무엇을 배우고 싶나요?
여러분들은 보통 여행을 떠나기 전, 무엇을 준비하시나요? 어떤 분들은 여행계획부터 일단 꼼꼼하게 세우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들은 멋진 여행 경험을 위해 항공권과 숙소 예약에 온 힘을 다 쏟는 분도 있을 겁니다.
여행을 가기 전,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여행 준비 기간 동안 쇼핑에 몰두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좀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들은 여행 갈 돈부터 모아야 되는 것 아니냐? 며 목소리 높이실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여행 갈 생각을 하면, 꼭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마음속에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외국어부터 시작해서 서양의 에티켓이나 식사예절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실습하면서 모두 배우고 싶고요.
특히, 수영을 꼭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눈이 나빠서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그래서 안경 벗는 활동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수영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핑이나 스노클링이 참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사실 그동안 엄두가 안 나서 배울 기회가 있어도 포기하고, 다음 기회엔 '수영은 꼭 배워와야겠다!' 다짐하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들도 평소 마음속에 ‘아! 이거 한 번 배워볼까?’ 했던 것들이 떠오르시죠? 그래서 오늘은 ‘여행 전, 꼭 배우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 전, 제가 꼭 배우고 싶은 것, 첫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여행 가는데, 글쓰기를 배운다고? 왜?’ 하며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사실 여행을 위한 글쓰기 수업이 우리 주변에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당장 찾아본 수업만 해도, ‘일반인을 위한 여행글쓰기’,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 ‘여행 글쓰기, 블로그로 시작하자!’, ‘여행글쓰기 및 여행 콘텐츠 만들기’ 등 참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여행글쓰기’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일 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여행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이유는 여행지에서 받은 감동을 글로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다녀오면 한 두 달 뒤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남는 게 없어, 나 뭐 했지?’ 하는 생각인데요. 이런 생각은 저뿐만 아니라, 모두의 걱정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 누군가는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라는 말을 되뇌고, 강박적으로 수 천장의 사진을 핸드폰에 담고, 또 담는데요. 하지만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고 해서,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에 남는 건 무엇일까?' 자문하면 저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더라고요.
오히려 사진과 영상을 찍는다고 6인치 핸드폰 화면에 온 신경을 쏟았던 그 시간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멋진 풍경 앞에 두고, 핸드폰 화면만 주야장천 들여다봤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컸던 건데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여행지에서 사진 찍는 일이 그렇게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굳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면 셀카보다는 내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감동받았던 풍경들을 5~6 장 찍는 정도인데요. 나중에 사진을 볼 때, 내가 바라봤던 풍경을 다시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말이죠.
하지만 사진은 한계가 있습니다. 멋진 풍경을 담는 것은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충분하지만, 사진에 내 생각과 감동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제가 받은 감동과 스쳐가는 생각,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을 어딘가에 담아두고 싶은데요. 그럼 무엇을 도구로 제 생각과 감동을 기록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바로 ‘글’입니다.
혹자는 ‘글을 우리의 생각을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내 생각을 비추는 가장 좋은 수단이 ‘글’이라는 건데요. 그래서인지 저는 평소에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여행을 떠나면 일기를 꼭 씁니다. 그 일기에는 단지 어디 갔고, 뭐 했다. 는 일정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 혹은 사소하지만 깨닫고, 스쳐가는 생각들을 기록하는데요.
나중에 여행에서 돌아와서 사진과 함께 글을 읽다 보면, 현지에서 느꼈던 생각이나 감동을 다시 생생하게 상기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 나 혼자 볼 거라면, 글쓰기를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내 방식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 두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감동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글쓰기를 꼭 배워야 합니다. 내가 느낀 감동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더 큰 울림으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여행 전, 제가 꼭 배우고 싶은 것, 두 번째는 ‘스케치, 혹은 핸드드로잉’입니다. 여러분은 핸드드로잉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동안 스케치나 핸드드로잉에 관심은 많았는데요. 아직 제가 손도 대 보지 못한 미지의 분야로 남아있습니다. 솔직히 쉽사리 도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예체능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문득 스치는 ‘이 나이 먹고 무슨 그림이냐?’ 하는 김 빠지는 생각 때문에 더 도전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 101의 수업들 중에 40대 이상에게 인기 있는 취미수업들이 추천으로 올라와 있는데요. 하나하나 살펴보니까 드로잉 수업이 전체 수업에 절반 이상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수요도 많은 거겠죠? 사람들이 드로잉 수업을 찾는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저는 '요즘 사람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많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여행지에서 받은 나만의 인상을 기록하고 싶어서입니다. 사진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내가 보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적인 결과물이 사진의 큰 장점이죠.
하지만 그림은 같은 풍경이라도, 내가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진을 보면 가장 먼저 우리는 무엇을 찍었는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우리는 가장 먼저 그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데요. 그림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이 현장에서 받은 인상과 감동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런 감동은 분위기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드로잉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제가 현지에서 받은 인상을 내 손으로 기록하고 싶은 건데요.
핸드드로잉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핸드드로잉의 또 다른 장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발견하는 과정을 즐겁게 하고, 더 자세히 관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건데요. 사진은 1초도 안 되는 시간 풍경을 빠르게 찍고 지나가기 때문에, 멋진 장소를 찾는 과정도 눈에 담는 과정도 한없이 가벼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드로잉은 적어도 30분 이상은 대상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그릴 대상을 선택하는 것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드로잉 대상을 탐색하는 일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고요. 또 내가 발견한 대상을 드로잉 하면서 더 자세히 관찰하고, 디테일한 부분에 숨겨진 특징과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도심지의 뒷골목에 펼쳐진 다양한 건물들을 그린다고 한다면, 건물의 창문 위치라거나, 창문틀의 생김새, 혹은 지붕의 모양이나 출입구가 나 있는 방향처럼 눈에 보이는 디테일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찰은 ‘왜 이런 특징을 가졌지?’ 하는 호기심을 발동시키는데요. 이런 궁금증은 현지의 역사, 생활방식, 문화, 기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궁금증과 스스로 알아낸 답은 큰 깨달음으로 평생 우리 안에 남는다는 것을요.
여행 전, 제가 꼭 배우고 싶은 것, 세 번째는 ‘외국어’입니다. 제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 두 가지인데요. 바로 인문학 지식과 외국어였습니다. 그중에 외국어, 특히 현지어는 해외여행을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인과 말이 안 통하고, 소통이 안되면, 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에 스며들지 못하고, 결국 내 여행경험은 수박 겉핥기 여행으로만 남게 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은 저와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여행입니다. 나와 다른 문화, 나와 다른 사고방식, 나와 다른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이야기를 듣는 것은 내 생각과 경험, 그리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확장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항상 기본적인 영어회화 표현을 다시 공부하는 편인데요. 시간 여유가 조금 있다면, 회화학원도 한 달 정도 다니는 편입니다. 일단 감각을 살려놔야 자유롭게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현지 언어도 가능한 많이 숙지하려고 하는데요. 현지어는 현지인에게 다가가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느 여행지를 가든 2주 이상의 장기여행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 지역 곳곳을 여유롭게 탐방하는데 재미를 느끼는데요. 새로운 문화를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다는 것은 내 삶에 큰 지혜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그 과정을 도와주는 윤활제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지 저 한량이 다음 여행을 위해 꼭 배우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는데요. 크게 글쓰기, 드로잉, 그리고 외국어였습니다. 여행의 재미를 한 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참 다양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우리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 여행의 목적을 ‘힐링’이나 ‘휴식’이 아닌, ‘새로운 경험’으로 정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평소에 시간이나 성과에 쫓기는 일이 아니라서, 조금은 여유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요. 그래서 휴식으로써의 여행은 제게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저에게 여행이란, 인생의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얻는 기회인 것이죠.
그리고 그런 기회 속에서 얻게 될, 특별한 경험, 생각, 그리고 깨달음을 내 안에 최대한 많이 담고 간직하고 싶은데요. 배움을 통해서 그런 과정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