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거나, 그룹채팅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화, 문자 이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었다. 연락도 무조건 1:1로만 소통이 가능했다. 그래서 친구한테 문자 한 통을 보내면, 그 사람이 읽었는지 알 길이 없이 주야장천 그 사람의 답장만 기다리거나, 답답하면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상대방이 내 카톡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혹은 나를 차단했는지, 나만 지정해서 멀티프로필로 설정을 했는지, 이 사람이 현재 나와의 관계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보는지,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는지, 단순히 카카오톡 하나로도 유추할 수 있게 가능해졌다. 카카오톡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가까워지게 했을까, 멀어지게 했을까?
카카오톡이 이 세상에 없었다면
카카오톡이 등장하고, 그룹 채팅이라는 것이 가능해졌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건데, 만나지 않고도 서로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거나 약속 시간을 잡을 때 용이하다. 하지만 단체 채팅에서 하는 대화들은 대부분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개인과 개인의 소통보다는 훨씬 더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한 사람과 계속 친밀해지고, 연결되어 있는 기분보다는, 단체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 반응하고 존재할 뿐이다. 단체 채팅방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꼭 한 사람과 1:1로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했다면, 어땠을까? 여러 명에게 소식을 전달해줘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집중하고, 서로에게 맞는 이야기들을 더 깊게 나누지 않았을까? 고민이 있으면 단체 대화방에 털어놓을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 여러 명이 모여있는 곳에 농담은 던지고 있지만, 안부 전화는 줄어들고, 서로의 목소리는 더 잊히고, 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점점 무관심에 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