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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Jan 24. 2023

남자의 배려와 매너

너와 결혼할래.



여자: 자기야. 목말라.

남자: 그래? 있어봐. 저기 편의점 있다.


뚜버기 커플은 추우나, 더우나 걷는다. 결혼 후 자동차란 것을 함께 가져봤고, 우리 부부는 둘째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자동차가 없었다. 하여 위와 같은 상황은 일상이었다. 저런 상황에서 늘 한결같은 행동에 결과가, 지금 남편에게 "나는 너와 결혼할 거야."라며 팔짱을 더 힘껏 잡았다.


매너와 배려는 다르다.

나는 이 사실을 20대부터 알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닌, 사회생활과 남자들과의 데이트 과정 중 알게 되었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이 타인에게 보이기 시작할 때 매너와 배려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 눈부시게 뛰어난 외모는 아니었지만 20대 후반에 나에게 밥을 사준다는 지인들이 꽤나 있었다. 동정이 아닌, 나와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사람들에 만남 이유라고 할까?



매너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

일상생활에서의 예의와 절차


배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짝배 配/ 생각할려 慮 : 짝처럼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함



흔히, 매너는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에티켓과 규칙과도 같이 이해될 수 있지만, 남자와 여자 커플 간에 매너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게 나에게 밥 사준다는 남자들은 좋은 매너를 가지고 다가왔으며, 실제로도 좋은 매너로 똘똘 뭉쳐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사년 언어로 매너는

어떠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행위이다. 비슷한 단어로 아첨이 있지만, 아첨이란 단어로 정의하기에 매너는 가볍지는 않으며 행동을 보면 진심은 느낄 수 있다.


결혼이란 것을 해야겠다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배려심 많은 남자와 결혼해야지라는 생각을 늘 했다. 그렇게 매너가 좋은 남자들 사이에 배려심 많은 남자를 찾기란? 나만에 기준을 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디어, 배려심 많은 남자를 찾았다.


만난 지, 1 개월쯤? 커플은 즉흥적으로 등산을 하기로 했고, 아무런 장비도 없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높은 기온과 햇볕에 목이 엄청 마르다. 산 정상까지 가려면 1시간이나 남짓 남았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까워, 계속 오르기로 한다.


그렇게 산 정상을 오르고, 둘 다 기진맥진한 상태에 다행히 산 정상에 물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다. 너무 목이 마른 나머지,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시킨다.


여자: 자기야! 물! 물 좀 줘~~ 진짜 죽을 것 같아. 그렇게 자판기로 뚜벅뚜벅 걸어간 남자가 멀리서 소리친다.

남자: 어? 그런데 자기야 물이 한 병밖에 없어...


각자 한 병씩 잡고 사이좋게 먹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여자는 한 병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생각하며, 남자가 한 모금 먹고 주겠지 하고 기다렸다. 목이 엄청 마른 그 상황에 물을 사러 간 사람은 남자이고, 물은 한 병밖에 없다. 남자는 여자에게 걸어오면서 뚜껑을 연 물병을 건넨다.


여자: 뭐야? 자기 먼저 마셔. 목마르잖아.

남자: 네가 먼저 마셔. 내가 먹으면, 한 병 다 원샷할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


원샷? ㅋㅋ 진심일까.


늘 그렇게, 좋은 것은 먼저 해주던 그 남자는 지금도, 나와 자식들에게 먼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 나의 남편은 그 오글거리는 남자들만에 매너와 무드 이런 건 찾을 수 없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없다. 그러나, 배려는 세상 남자들 중 1등이라 할 수 있다.


매너는 그 누구에게나, 자신을 높이면서 타인에게 행할 수 있는 행동이다. 목적이 있을 수도 있어, 수단과도 같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남녀사이 매너라고 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여자에게 먼저라며 손짓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 식당에서 의자를 앉기 좋게 빼준다던지, 차 문을 열어준다던지, 길을 다닐 때 자동차에 위험에서 길 안쪽으로 안내한다던지.. 이런 행동은 지금 대한민국 남자라면 기본적으로 배어 있는 행동이다. 남자가 약자에게 행할 수 있는 행동 같은 것. 여자만이 아닌, 노약자에게는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배려는 누군가가 가르쳐준다고 의식한다고,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 배려는 타고나야 하는 성향일 수도 있고, 어릴 적부터 어른들께 배워야 하는 환경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은 차지를 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배려를 나는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나는 배려를 행하기에 타고난 성향도 아니고, 외동딸로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그런 기본적인 것을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성장하지도 못했다.


학창 시절 분식집에서 물이 먹고 싶어, 물을 뜨러 갔을 뿐인데, 친구가 그런 나를 보며 타박했다. 넌 꼭 니 물만 그렇게 떠오더라.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친구도 목이 말라할지도 몰랐고, 내가 먹고 싶은 그 물을 먹기 전 친구에게 물을 먹을 건지 물어보거나, 물을 떠줘야 하는지도 몰랐다. 수저도 내 수저를 챙기면서 타인에 수저를 함께 챙겨야 하는 것도 몰랐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기까지는 나는 많은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의식적으로 행할 수 있었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공동체 의식과 단체 속 한국적 행동방식이 나는 늘 불편하기도 했고, 지금도 불편하다. 특히, 전골과 찜 등 메인음식이 있는 식당에서, 누군가가 먼저 집게와 국자를 들고 앞접시에 음식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아직도 불편하다. 메인 요리 안에서도 어떤 재료의 음식을 좋아하는지, 먹고 싶지 않은 재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윗사람이 될 경우, 제가 퍼갈게요. 하고 미리 말을 한다. 하지만, 아랫사람이 될 경우 그 행동은 역시 불편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시늉은 낸다. 혹, 조금 편한 관계라면, 친구사이 정도로 하자. 각자 먹을 만큼 알아서, 들고 가자고 먼저 말하기도 한다.



주제에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몸에 배어 있는 매너가 아닌 몸에 배어 있는 배려가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 그 배려에 기준을 나는 물병으로 정리를 했다. 지금도 밖에서 물을 사거나, 간단한 음료를 살 때도 내 남자는 아이들과 나를 먼저 먹을 수 있게 뚜껑을 열어 건네준다. 그건, 몸에 배어 있는 행동이기에 남편도 자동적이다.


그 물병 뚜껑이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뚜껑을 열어 내어 주는 그 작은 배려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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