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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Aug 26. 2023

'고스톱' 놀이가 노년기 부모님과 우리에게 주는 의미

희로애락

  고스톱 놀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락으로 화투를 이용하여 3명이 모여 즐기는 놀이다. 꼭 3명이 아니더라도 2명이 즐기는 맞고라든지, 3명 이상이 패를 받고 광을 파는 광팔이 등 지역에 따라 혹은 세대에 따라 다양한 규칙을 정해 즐기고 있다. 고스톱 놀이는 일본의 코이코이에서 변형된 게임이지만 한국의 고스톱에 비해 코이코이는 상당히 재미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 한국의 고스톱이 더 재미있다고 하는 일본인도 있을 정도로 고스톱 놀이는 매력적인 놀이가 분명하다. 이 고스톱 놀이는 수를 계산하고, 자신의 패와 상대의 패도 확인해야 하는 고도의 전략과 기술이 필요한 오락이다. 이 놀이는 재미로 시작했다가 빠져들어 진지하게 점수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는 놀이로 희로애락을 다 느낄 수 있는 놀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타짜라고 불릴 정도로 고스톱 놀이를 즐겼으며, 지금도 동네 할머니들 사이에서 뛰어난 고스톱 솜씨를 뽐내며 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동안 어머니는 고스톱 놀이가 치매 예방도 되고 인지 활동에 좋다며 딸인 나에게 자신의 고스톱 활동을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그런 활동에 대해 나는 지지를 표하며 재미있게 들어주는 것으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칼럼의 주제인 이 고스톱이 정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까? 하지만 아쉽게도 고스톱은 치매 예방과 인지 활동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고스톱 놀이를 하는 동안 뇌 활동량이 증가하지만, 치매를 예방한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오히려 고스톱 같은 사행성 도박 등을 즐긴 사람들에게 치매가 왔을 때 폭력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돈을 걸고 하는 활동은 사행성 도박 등으로 분류될 수 있고, 특히 도박은 중독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전두엽에 강한 자극을 줘 치매가 발병했을 때 폭력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연, 고스톱 놀이가 노년기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오늘의 핵심은 바로 고스톱이 전해주는 희로애락에 대해서 논할 것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이 모든 것을 고스톱 놀이에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고스톱 놀이는 혼자서 즐길 수 없는 활동 중의 하나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활동을 즐기게 되는 이 과정에서 희로애락이 뇌를 자극하고 그 감정의 변화가 치매 예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감정 조절을 잘하면 병적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네바 대학(UNIGE)의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반응과 회복 메커니즘을 평가하기 위해 감정적인 장면을 본 후 뇌에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과 다른 뇌 활동 패턴과 연결성을 보여 주는데,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 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조절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에도 긍정적인 세부 사항에 더 쉽게 집중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젊은 세대들보다 더 많은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희로애락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적인 노년기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는 노년기의 삶이 오게 될 것이다. 늘 고요하고 편안한 안정된 상황이 노년기에 찾아온다. 그런 노년기에 편안하고 안정된 감정만 느낄 수 있는 환경은 물론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치매 예방과 인지 활동 측면에서 보면, 이런 고요한 환경에서 우리들의 뇌는 자극되지 않는다.



 치매 예방과 확실한 인지 자극이 되려면 뇌에는 큰 자극 즉, 깊은 자극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꼭 함께 있어야 하는 감정이 희로애락이다. 고스톱을 치는 상황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을 통해 돈을 따게 되면 기쁘다가도 돈을 잃게 되면 슬픈 감정까지 온다. 그러다 계속 돈을 잃는 상황이 오면 화도 나기도 한다. 혹은 같이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비 매너로 게임을 한다면 화가 나서 화투판을 뒤엎기도 하고 감정싸움을 하게 되는 상황도 온다. 평생 안 볼 것처럼 싸우다가도 금방 화해하기도 하며, 고스톱을 치면서 모은 돈으로 맛있는 것을 같이 먹는다. 그렇게 하하 호호 웃으면서 행복을 느끼는 과정이 있다. 이렇게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은 항상 느낄 수 있다.



 고스톱 활동은 희로애락을 느끼기에 좋은 활동이니까 고스톱을 권장하라는 말이 아니다.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고, 딱히 할 일들이 없을 때 잠깐씩 하는 활동으로는 나쁘지 않다. 여러 사람과 하는 활동 중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은 치매 예방과 인지 활동에 좋은 활동이다. 이것이 오늘 주제의 핵심이다. 노년기일수록 밖으로 나가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년기 자녀들은 노년기의 부모님들이 걱정하거나 놀랄만한 일들은 숨기기도 한다. 집안의 문제라든지, 손자녀가 다친 소식을 알리지 않는다든지 그것이 효도라 생각해서 나이 든 부모님에게 쉬쉬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늘 잔잔한 강변 같은 삶에서 뇌가 자극되는 일은 많지 않다.



 쓴맛도 단맛도 인생이로다. 이 애도 저 애도 웃게 만들어 주라냥. 행복도 불행도 서로 이웃이다냥, 꼬불꼬불 행복으로 가는 길, 두근두근 한다냥. 모든 게 술술 풀릴 때도, 눈물이 흐를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도움이 되어 줄게.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이라는 만화 주제곡의 가사 일부분이다. 가사처럼 쓴맛과 단맛이 인생이라고 한다. 필자는 좋은 것만 삶의 활력이 되진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고스톱 놀이에서부터, 희로애락까지 진정한 효도란 것은 단맛만 느끼게 해주는 쉬쉬하는 자식이 아닌, 함께 삶을 느끼고 소통을 잘하는 자식이 진정한 효도다. 희로애락의 시작이 인지 활동과 치매 예방의 첫걸음이다. 이 칼럼을 쓰면서 작은 바람이라고 하면 노년기 부모들과 함께 쓴맛도 느끼며 작은 것도 소통하는 자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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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 게재된 글과 게재예정인 글을 저장하는 매거진입니다.


출처 : 울산신문(https://www.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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