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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Sep 25. 2023

노인이 될수록 객관적인 시선으로 주변과 나를 관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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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어가면서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 원인을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적인 노화는 물론이고, 인지 기능 저하도 포함한다. 노인에게 무서운 질병 중 하나인 치매, 불확실함이란 걱정부터 떠올리기 전에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발병 예측 인자를 밝히는 것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치매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장년층과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다양한 용어가 등장하고, 치매와의 관련성을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노화에 의한 인지 기능 쇠퇴(age related cognitive decline, ARCD)는, 객관적인 인지 기능 저하라는 증상이 있지만, 해당 나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임상 단계로 여겨지며 치매 조기 발견 및 예방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란,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보존된 상태를 말한다. 동일 나이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졌으나, 일상생활동작의 독립성은 보존되어 있는 상태로,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를 말한다.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동작의 독립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행동을 살피지 못하면 장애를 확인하기 어렵다. 


  연구자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은 대상자 중 10~41%가 1년 안에 치매로 이환된다는 보고가 있다. 즉, 경도인지장애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은 치매 이환율을 낮추는데 매우 중요하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보존된다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활동으로, 일상적으로 수행해 오던 식사와 청소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밥을 먹거나, 양치와 세수를 하는 등의 활동은 어릴 적부터 매일 수행해오던 것으로, 노인이 된다고 해서 어려운 활동으로 분류하진 않는다. 노인이 일상생활 활동을 큰 문제없이 잘할 때 인지가 유지되고, 건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 


  노인의 인지에 적신호가 왔는지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주변과 나를 관찰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평생 잘해 오던 활동을 관찰하면 된다. 고위 인지기능을 사용해야만 할 수 있었던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의심해야 한다. 


  80세 할머니와 중학생 손자 단둘이 살고 있는 가정의 관련 사례이다. 할머니는 매 월말이 되면 기초생활수급비를 찾기 위해 은행을 찾아 체크카드로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아왔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다리가 아프다는 등의 이유로 돈을 찾는 활동을 손자에게 맡겼고, 더불어 할머니의 외출 횟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늘 해왔던 요리와 빨래, 청소 등 일상생활 활동은 문제없이 유지했다. 문제가 되는 활동은 외출 횟수가 줄어든 것과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는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주민센터 담당자는 치매안심센터에 치매선별검사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 초기 치매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이후 인터뷰에서 확인한 결과, 할머니는 몇 달 전부터 현금지급기에서 체크카드를 이용해 돈을 찾는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버튼을 잘못 누르거나 잦은 실수로 청원경찰이 오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할머니에게는 부끄러운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이후 당황한 할머니는 현금지급기에서 더 이상 돈을 찾지 못하고 손자에게 심부름을 시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치매는 조기 발견을 통해 개입해야만, 진행 정도를 늦추고 문제행동의 양상을 줄일 수 있다. 사례처럼 할머니의 인지장애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손자와 주민센터 담당자가 할머니를 객관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한 결과이다. 노인들이 특정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흔히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는 등 어떤 노화 증상의 하나로 생각하기 쉽지만, 평소 잘해오던 활동을 어느 순간 하지 못할 때는 인지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객관적인 눈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에 맞는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세심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그 활동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노인과 잦은 만남이 필요하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식 세대와 부모와의 만남을 통한 소통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내 부모님은 활동적이고 고학력자라서 치매에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녀들의 흔한 착각일 수 있다. 치매는 활동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만 오는 것도 아니고, 고학력자라고 해서 피해 갈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여전히 현대 의료기술로 고칠 수 없는 치매라는 질병은 노인에게는 두려운 질병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질병 역시 미리 발견해 증상에 맞는 대처를 한다면, 남은 삶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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