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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녀ㅣ이혜진OT Nov 12. 2023

부부의 잔소리

잔소리


  이 세상 여러 커플들의 사랑하는 방법은 각기 다양할 것이다. 오늘은 결혼 10주년 부부가 사랑하는 방법으로 아직까지 한 번도 싸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를 기록하려고 한다.


  잔소리의 사전적 의미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거나,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하는 것이다.


  나는 잔소리가 없는 부모밑에서 자랐다. 잔소리가 없다기보다는, 잔소리할 일이 없을 만큼 내가 잘했는지도 모른다. 또는 부모의 관심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내 기억으로는 무관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좋은 기억들도 꽤 있다. 혹은 부모가 자식에게 잔소리를 하기에 부모가 해준 게 없다고 생각하여 말을 아꼈을지도 모른다.


  잔소리가 시작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잔소리는 관심이라는 포장 안에 기대감으로 만들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타인에게 이렇게 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게 남녀의 사이든; 친구의 사이든; 부모와 자식 간이든, 큰 차이는 없다.


  나의 남편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잔소리가 없는 편이다. 기대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 기대가 설사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실행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정말 원한다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잔소리로 들리지 않기 위해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말투와, 분위기 상대방 기분을 미리 확인 후 최적의 조건이다 싶을 때 기회를 노린다. 아주 상냥하게, 거부할 수 없도록.. 잔소리가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말하는 기술이라고 하면 될까?


  더욱 신기한 것은, 나의 남편인데, 이 남자는 나보다 더 잔소리가 없다. 그 잔소리는 아내인 나에게 없는 것이지, 자식들에게는 우리집 1등 잔소리꾼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도 큰 잔소리가 없다. 기다려 주는 시간이 조금 길 뿐이다.


  그런데, 결혼 10주년이 지나고 보니, 그 잔소리가 표정으로는 보인다.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것이 느껴지다 보니 내가 조심하는 시늉을 하면, 어느새 본인도 표정에서 들켰다 싶은지 표정을 감춘다.


  또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서로 그 선 안에서 평화를 유지하며 사랑한다. 우리 부부는 대화가 적진 않지만,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니다. 취향도 확실히 다르기에,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같이 있는 공간에 서로 다른 일을 해도 편안하고 같이 마시는 그 공기가 좋다.


  말은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필요 없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여러 기대감으로 잔소리가 하고 싶어질 때, 되새긴다.


서로를 위한 말은 아낄수록 깊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진짜 공감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은 나에게 두 배로 있을 것이다.







아이유의 맑은 목소리와 임슬옹의 고음이 마음에 들어 자주 불렀던 잔소리. 2010년에 노래가 나왔다니; 벌써 13년이 흘렀다.


잔소리

늦게 다니지 좀 마 술은 멀리 좀 해봐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니

정말 웃음만 나와 누가 누굴 보고 아이라 하는지

정말 웃음만 나와

싫은 얘기 하게 되는 내 맘을 몰라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은 내 맘을 몰라

그만할까 그만하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네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그만하자 그만하자

너의 잔소리만 들려


밥은 제 때 먹는지 여잔 멀리 하는지

온종일을 네 옆에 있고 싶은데 내가 그 맘인 거야

주머니 속에 널 넣고 다니면 정말 행복할 텐데

둘이 아니면 안 되는 우리 이야기

누가 듣는다면 놀려대고 웃을 이야기

그만할까 그만하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니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그만하자 그만하자

너의 잔소리가 들려


눈에 힘을 주고 겁을 줘봐도 내겐 그저 귀여운 얼굴

이럴래 자꾸(너) 더는 못 참고(나)

정말 화낼지 몰라

사랑하다 말 거라면 안 할 이야기

누구보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의 소리

화가 나도 소리쳐도

너의 잔소리마저 난 달콤한데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이런 내 맘을 믿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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