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감성 Nov 26. 2023

딜레마 존

가지도 서지도 못하는 

 딜레마 존, 이라고 하죠. 교차로를 빠르게 통과하기 직전, 황색불과 마주하는 그 시간, 구간을 말합니다. 그냥 가야 할까, 지금이라도 멈춰야 할까, 운전자들은 그 짧은 시간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거죠. 


 감성은 오래된 모닝을 끌고 외부 일정이 있던 어머니를 픽업하러 가던 중이었다. 대부분 집에 있던 감성은 이젠 귀찮은 내색도 없이 엄마가 데리러 나오라고 하면, 말없이 오래된 모닝을 끌고 나갔다. 뭐랄까... 그건 그냥 내가 이렇게 집에 있어도 될까요? 하는 내 그릇된 자격지심에 대항하는 방법이었다. 이 날도 마찬가지. 그렇게 멍하니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딜레마 존에 대한 이야기가 들린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빠른 속도에 급정거를 하자니, 애매하게 횡단보도 위에 서버릴 것 같고, 이대로 가자니 빨간불 신호를 위반할 것 같죠? 네, 맞습니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죠. 애청자 여러분, 이럴 때는 안전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어느덧 감성은 스물아홉이 되었다. 20보다 30이 가까운 나이. 감성이 20살이었을 때, 30살은 어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감성에게 30은 그저 29에서 1만 더했을 뿐,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무게감만 더해진 부담스러운 숫자일 뿐이었다. 24살, 병원을 걸어 나왔을 때, 25살, 창업을 했을 때. 그리고 27살, 입사하고 28살, 퇴사를 결정했던 그 모든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흐른다. 내가 달리는 속도는 이 속도가 맞을까? 운전은 속도계를 보면 되지만, 지금의 난 그 속도를 확인할 수 없다.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먼저, 신호를 준수해야 합니다. 교차로에 들어가기 전 속도를 줄이는 습관을 가져보시고요. 그리고 두 번째, 속도를 줄여 운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운전이 익숙해지면 나도 모르게 액셀을 밟고 있게 됩니다.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면 더 액셀을 밟고, 빨라진 속도에 익숙해지면 더 액셀을 밟는 거예요.


 이 상황에 익숙해질까 봐 겁이 나는 거야. 달리지 않으면 멈춰버릴 것 같으니깐. 멈춘 나는 죽어버린 것 같아. 감성은 열심히 살던 그 어느 때, 하고 다녔던 말이 있었다.

 꿈을 가져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삶보다 늘 저 위를 바라봐야 하고, 우린 그걸 성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 말들은 내 도로의 노란불이 되어 나를 멈추게 하고, 달리게 만든다. 끝없이 반복되는 딜레마 속에서 멈추는 게 맞는지, 달리는 게 맞는지, 정답이 없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강요된 선택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운전하는 것밖에 없다. 



 끼이이익! 

 야 이 새끼야! 여기서 멈추면 어떡해!

 

 감성의 차는 횡단보도 위에 덩그러니. 뒤따라 오던 차는 경적을 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은 사나운 눈길을 보내며 차를 비껴간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성은 운전대에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달려야 할지, 멈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을까요? 아니 그때 그렇게 했어야 할까요? 미안해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 온 뒤 무지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