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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 Jul 09. 2018

너, 나, 우리 그녀들의 이야기

2018 마포중앙도서관 양성평등주간 기념 북토크

조남주 작가, 장수연 작가, 난다 작가

이 셋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북토크를 신청하려 했다. 그러면 그렇지! 셋 중 한 명만 오는 북토크도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데, 세 명이 오는 북토크는 이미 신청자가 초과해 대기자만 받고 있었다. '취소하는 사람이 있겠어~'라며 잊고 지냈는데, 북토크 하루 전 신청자로 바뀌었으니 참석하라고 연락을 받았다.

흔하게 겪지만 분명히 별일이었던
너, 나, 우리... 그녀들의 이야기

2018년 7월 6일, 선선한 바람이 불던 금요일 저녁 7시

마포구청역 3번 출구부터 마포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한 손에 책을 쥐고 설레는 발걸음으로 향하던데, 나는 책을 빌려보는 독자라 초콤 부끄러웠다.


기왕 시작한 김에 나의 독서패턴을 적어볼까 한다. 나는 학교 도서관,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 각각 10권, 5권 빌릴 수 있어 합해서 15권이다. 우리 동네 도서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6시 이후에 가면 10권까지 빌릴 수 있다. 내가 지난 겨울(12월쯤인 것 같다)부터 책을 많이 읽었는데, 진짜 진짜 진짜로 집 "앞"에 도서관이 있다. 집에서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문으로 나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도서관이다. 내 방에서 도서관까지 딱 4분 거리(5분도 안 걸린다) 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더워서 가기 참 좋은 곳인데다가, 책도 꽤나 많다. 최근에는 마포구립도서관들끼리 상호대차 서비스를 도입해 빌리지 못하는 책이 없다. 있다면, 희망도서 신청도 1달에 3권씩 가능하다! 아무튼 나의 경우,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몸소 실천한 케이스다. 물론 엄마나 아빠가 의도하고 이사한 건 아니지만. 다들 집 주위 도서관을 찾아 보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국립, 시립, 구립은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북토크, 저자의 강연 등 매달 업데이트 되는 프로그램에 주목해보는 것도 추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300명 넘는 사람들이 북토크를 찾았다. 반가웠던 것은 성비가 10:0은 아니었다는 것? 한 8.5:1.5는 된 것 같다. 제목을 다시 곱씹어 보자. 나는 "너"와 "나", "우리"에 여성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그것이 '페미니스트인 생물학적 여성'으로 됐을 때 백 래쉬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 100000%다.

직접 찍은 강연 장면

진행은 장수연 작가가 맡았다. 장수연 작가는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의 저자이자 MBC FM4U <양요섭의 꿈꾸는 라디오>의 PD다. (MBC 라디오라 더 반가웠다) 역시나 진행은 전문 진행자보다 매끄러웠고 솔직담백하게 풀어나갔다. 이번 달 내내 느끼는 건데, PD들은 천생 이야기꾼같다. 나의 경우, 작가 각각의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제일 궁금했던 건 이 셋이 작가로서, 엄마로서 나누는 이야기들이었다. 장수연 작가의 진행 덕에 셋의 케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출처: 다산책방
<그녀 이름은>_조남주

학교에서 진행했던 강연을 놓쳐, 정말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장수연 작가가 말한 대로 이제는 조남주 작가만의 장르가 만들어진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이, 조남주 작가가 연 장르로 담담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장르. 우리나라 현 사회의 한 면을 정말 담담하게.. 레드벨벳 아이린이 이 책을 읽어 화제가 되고, 누군가에겐 교과서라 불린 책. 장수연 작가가 이에 대해 물었다. 조남주 작가는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라고 하기엔 이미 독자와 자신에게 갖는 의미가 커 난감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더 건전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이런 고민으로 120여명을 취재했고 60여명의 진심을 담아 <그녀 이름은>을 써내려갔다. <82년생 김지영>도, <그녀 이름은>도 조남주 작가가 밝힌 사명감이 잘 드러난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을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 이를 놓치지 않고 글을 쓰다보니 당시 사회적 이슈 흐름과 맞게 싸드(THAAD)나 KTX 해직자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고 했는데.. 나는 스스로에게 어떤 사명감을 부여할지 고민이 됐다.

출처: 위즈덤하우스
<거의 정반대의 행복>_난다

난다 작가와 장수연 작가는 육아 이야기가 주가 된 책을 썼다. 그래서 사실 나와의 공감대 형성은 어렵겠다고 어림잡았다. '맘충'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런 사회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라는 난다 작가. 세 작가는 공감하며 결국은 "연대"라는 답으로 이야기를 끝맺었다. 엄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며 연대하자는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 때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태권도 맘충'이었다. 여성들끼리, 엄마들끼리, 페미니스트들끼리 연대하는 것으로 과연 현 사회의 문제들을 풀 수 있을까?

'맘충' 기사가 있어 링크 저장: http://m.segye.com/view/20180710006617

출처: 어크로스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_장수연

사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꼭 읽고 싶은 책이 됐다. 방송국을 다니는 여성이자 엄마의 삶이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여자)언론학도니. 게다가 MBC의 라디오 PD셔서 더 반가웠다. 6월 M씽크 활동의 테마가 라디오였던지라 라디오PD님들의 강연도 듣고 라디오에 출연해 봤고, 라디오를 무한 청취했다. 한 달 동안 집중하던 '라디오'란 매체의 정점은 장수연 작가의 이 책이 아닐까. 장수연 작가는 "라디오 PD로서 정말 잘 되고 싶다"며 여자 직장인으로서 '애교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여기서 애교는 분명 우리 사회가 가지고 가는 맥락이 있겠지. 조남주 작가의 <그녀 이름은>에서 "애교 하지 마!!!!!!!!!!!"라고 소리치던 그 장면과도 일맥상통한다. 애교가 아니라, 담백하고 단호하게 NO를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을 꿈 꾸는 장수연 작가. 이게 꿈이라니 그것도 참 씁쓸하다.


세 책에 대한 이야기를 완벽하게(장수연 작가이자 PD이자 MC의 진행력 최고) 1시간 동안 나눈 후, 주제토크로 넘어갔다. 첫 주제는 "한국 사회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 두 번째 주제는 "학교/직장에서의 성 차별"이었다. 첫 주제가 흥미로웠다. 장수연 작가가 "한국"과 "엄마"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결이 다르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5~6월 내내 여성 정치인에 대해 세미나를 준비하고 과제를 했다. 이 때에도 "여성"에 무게를 두는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그 여성이 결국 "엄마"라는 것을 짚었다. 모성의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계속 의문이 든 건 '모성이 뭔데?'였다. 한국 사회에서 모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함의가 뭘까를 생각했다. 모성이 본능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뒷전이었다. 아직도 답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이 북토크가 엄마들도 답을 찾아 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알려 줬다. 이렇게 큰 북토크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책보다 더 재밌는 게 책을 나누는 일이다. 이 일을 하게 해주는 어플들이 몇 있는데, 더 많은 독자들이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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