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쉽게 가볼 수 있는 작은 산을 골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기는데도 좋고, 더 좋은 것은 자연의 풍경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바쁜 생활 속에도 주말에 계절과 날씨를 느껴보는 것은 소시민에게 감성을 풍성하게 해주는 작은 행복입니다. 이번 주에도 오솔길을 만나 '오~ 감성~'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싶군요.
산책을 다니다 보면, 어느 산은 나무와 풀들이 마치 정리한 것처럼 깔끔한 산이 있고, 나무와 풀이 엉키듯이 어지럽혀진 산이 있다. 숲이 깔끔하다는 것이 특별히 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고 더 좋은 산이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산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이다. 깔끔한 숲은 상쾌해 좋고, 엉켜진 풀들은 야생의 느낌이 나서 좋다.
우면산은 깔끔한 느낌의 산이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듯이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고, 떨어진 낙엽과 솔잎도 다소곳이 쌓여있다. 물론 산책로가 깔끔한 것은 서초구청이 맡은 일을 잘해서다.
동네에 이런 예쁜 산이 있는 덕에 손쉽게 산책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 있는 이런저런 산을 산책하는데, 이번 주는 어딜 가볼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러면 '그냥 이번 주는 쉴까?' 하는 게으름이 올라온다. 이럴 때 바로 문을 열고 일어나 우면산으로 간다. 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역쉬~'하는 혼잣말이 나온다. 귀찮을 때에나 가는 것은 아니다. 우면산은 갈래갈래 이어진 오솔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나름대로 구상한 산책코스마다 재미있는 주제가 있는 멋진 산이다.
오늘은 우면산에서 동쪽 방향으로 걸어서 햇살을 쬐며 걸어 볼 생각이다. 요즘 날씨가 어느새 추위가 물러가 주말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다. 우면산에 들어서면 산의 풀과 나무들이 봄을 기대하고 있는 느낌이 가득하다. 덩달아 나도 봄이 오면 베란다에 어떤 꽃화분을 놓아 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면산의 동쪽 끝까지 가면 양재천을 건너 양재꽃시장이 있다. 꽃과 나무를 미리 구경을 좀 해둘 겸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난 가을에도 양재꽃시장까지 걸아가 칸나 화분 2개를 사들고 돌아왔었다. 오늘 살펴보고 싶은 것은 '마오리 코로키아'와 '마오리 소포라'다. 지난 달에 지인이 들여놓는 것을 옆에서 보고 그 모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코로키아와 소포라는 둘 다 가지가 가늘고 삐뚤삐뚤한 모양이다. 뉴질랜드에서 온 잡목인데 그 모습이 약하면서도 질긴 야생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풍기는 그런 녀석이다.
이리저리 다양하게 뻗어나간 가지 모양을 보기 위해 꽃시장의 온실 안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가느다란 가지에 은빛이 반짝이는 녀석도 있고, 가지 겉껍질이 하얗게 말라버린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런 모습들도 모두 건강한 상태이다. 특히 소포라의 동글납작한 잎이 가지런히 8개가 달려 있는 모양은 아주 귀엽다. 코로키아, 소포라 모두 작은 녀석 하나에 2만 원 정도였다. 내년 봄 화분갈이를 할 때에 배양토를 준비하고, 데리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