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운에서 살까 교외에서 살까? 광화문에서 성장한 내가 교외에서 사는 것은 로망이기도 했다. 내가 이민 와서 25년 살았던 Mississauga는 도심에서 24킬로 떨어진 주거도시이다. 여기서는 차가 없으면 장 보러 가기 힘들다. 커피샾을 가려면 10분을 걸어야 한다. 모든 동선이 차를 운전해야 가능하다. 널찍해서 좋다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시내는 건물 지하로 식당이 있고 커피샾이 지천에 널려있다. 출퇴근 시간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넘쳐난다. 시내 콘도에 사는 직원들은 차 없이 살아간다. 주말에 차가 필요하면 렌트를 한다. 모든 편의시설이 걸어서 5분 이내 동선에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집중된 시내가 비인간적인 환경일까?
캐나다 호주 미국 등의 도시가 현대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전원주택에서 자가용을 가지고 여유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인간생활에 맞을 것이라고.
유럽여행을 가면 과거 서울서 살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리스 아테네는 차가 한대 지나가면 꽉 차는 비좁은 도로에 인도가 비좁아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간다.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1층은 가게들로 채워져 있다. 도시 전체가 조금만 걸으면 중요시설을 모두 볼 수 있다. 더 심한 것은 베네치아이다. 바다 위에 세워진 이 도시는 건물이 촘촘하다. 오래된 문명도시들은 국토면적에 상관없이 빼곡하게 밀집된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속도로를 버스나 차로 지나가다 보면 마을과 마을 간에 공터가 즐비한데 도시만 들어서면 비좁아 터진다.
차를 몰고 도시에 진입하는 것은 짜증 나는 일이다. 캐나다나 미국 같은 곳이 아니라면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널찍한 공간을 원한다면 도심지보다는 교외지역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이다. 비좁아도 사람들은 도심지를 선호한다. 단지, 일자리가 많아서만이 아니다. 사람이 사회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공간이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네에 채소가게가 들어오고 문방구 식당 철물점 치과 학교 병원 그리고 버스 지하철 공원이 만들어지는 것은 먹고살려는 자영업자들의 노력 덕분이 아니다. 팔요에 의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새로 이사한 집에 시간이 흐르면서 사구가 생기고 개조를 하고 세간을 늘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 편리하게 살아가는 방법으로 진화한다. 당연히 도심지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그 지역이 생태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독신으로 사는 예술가라면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다. 가족이 있는 이발사라면 절대적으로 도시에 가게를 차릴 것이다. 사람은 개인으로 살지만 한편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고 소리 지르면서 살고 있다. 출근한다는 것은 생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회 속에서 내가 타인을 위해 존재하고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인간들이 사는 방식이다.
시끄러운 도심지를 떠나 잠시 교외의 공기를 마시다가 올 수도 있다. 즉 본업이 아니라 부업이다. 가깝게 붙어사는 이웃들은 타인이면서도 연장된 자아다. 회사에서 건 food court에서건 같은 아파트 사는 주민이건 모두가 연장된 나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나는 커다란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지리적 공간은 도심지가 중심이다. 도시냐 교외냐를 두고 은퇴해서 거주할 곳을 정해야 한다면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