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pla batlh je!
(카플라 바틀 제)
안녕하세요!
한때 푹 빠져있던 영화 <스타트렉>에서 나온 클링온어 인사다.
클링온? 그게 어디 있는 나라인데? 네. 바로 우주입니다.
클링온어는 스타트랙 시리즈의 외계종족인(무려 외국도 아니고 외계) 클링온족이 사용하는 언어다. 정말 간단한 몇 마디 설정이 아니라 언어학자들이 만든 인공어로 문자도 있고 배우기만 하면 대화도 가능하다. 영화에서는 이 언어로 대화하는 장면도 나오고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는 이 언어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심지어 스타트렉 시리즈는 이 언어가 자막으로 제공된다.
듀오링고 클링온어 선택창 그뿐만 아니라 듀오링고에서 해당 언어를 배울 수 있다(영어 사용자 전용이라 영어 공부도 같이 할 수 있는 건 덤). 나도 아주 잠깐 듀오링고를 통해서 클링온어를 아주 잠깐 건드려봤다. 정말 공부나 배우다라는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발음만 배우다가 앱 삭제했지만.
이 인공어는 해당 외계종족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언어다. 전투종족인 그들의 언어 습관상 이들의 언어에는 '미안하다'라는 말이 없다. 여기서 N은 자연스럽게 클링온족을 떠올리며 바로 상상 속으로 뛰어든다. 그래도 전투하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실패하면 사과 안 해...? 하지만 클링온 족이 힝..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건 역시 상상이 안 가긴 한다. 그 정도로 이 언어 매우 호전적인 언어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지겠지만.
정말로 대화가 된다고?라고 말한다면, 영화 <스탠바이, 웬디>에서도 트레키인 여주인공이 해당 언어로 외국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포스터 (판씨네마㈜) 내가 이 언어를 건드려보기로 아주 찰나의 결심을 했던 것도 이 영화가 컸다. 처음 보는 두 사람이 그들의 관심사.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들이 덕질하는 대상이 사용하는 인공언어로 대화하는 그 짧은 장면. 오로지 그 언어로 대화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신뢰. 그리고 빌어주는 행운.
그 우연한 만남이 즐겁고 유쾌하게 기억되었다. 거의 불가능한 확률이겠지만, 나도 그런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언어로 오로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좋아하는 행동을 할 때 그 사람이 빛나는 것 같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던 시절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멋져 보였다. 아마, 저 장면이 기억에 남은 이유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언어까지 배운다는 것만큼 그 덕질의 끝은 없어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bochbogh nuv (보크보그 눕, 빛나는 사람)
빛나다.라는 단어 boch에 관형사형 어미 bogh를 붙이고 뒤에 사람을 뜻하는 nuv를 붙여서 빛나는 사람이라는 말을 Chat GPT를 통해 알아냈다.
나에게 빛나보이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제대로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vay' parHa'bogh nuv boch.(바이' 팔하보그 눕 보크,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빛난다.)
마냥 어렵게 보이는 언어지만 다시 한번 정말 쓸 곳 없을 이 언어에 시선이 간다. N 답게 정말 우연한 만남을 소소하게 기대하며, 어쩌면 누군가에게 내가 빛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다.
집-회사, 집-회사를 반복하는 삶 중에서 어쩌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면 시끄럽게 표현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Qapla'!(카플라, 안녕! 행운을 빌어!)
*모든 클링온어 이미지는 영어 알파벳을 클링온어 알파벳에 대응해서 입력한 이미지로
실제 문법, 클링온어와 다를 수 있습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