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너무 거창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 위엄에 눌러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세상 거의 대부분의 일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일단 한 걸음을 내딛어야 그다음 걸음을 걸을 수 있고, 나중엔 뛸 수도 있는 거다.
사업이랄 것도 없었지만 젊은 날에 1인 기업이라고 뭔가를 하고자 했을 때 그마저도 내게는 너무 '거창'했다. 수익모델이니, 비즈니스 모델이니 이런 단어들에 압도당해 뭔가 거창하고 있어 보이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익이 난다면, 그리고 시장이 있다면 100원이라도 버는 게 바로 수익모델이고 비즈니스 모델이다. 100원이 200원이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조정해 가는 게 바로 사업이다(물론 내 입장에서의 생각이다).
전자책을 매월 내기로 했을 때 그 수익은 정말 소소했다. 이제 2권 냈으니 당연하다. 브랜딩도 안 됐고 마케팅도 이렇다 할 것이 없다. 그래도 수익이 나긴 나지 않는가. 게다가 도서, 특히나 전자책 시장은 작고 귀엽지만 있긴 있지 않는가. 게다가 텍스트로 쓰인 건 언제 멀티유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내 삶의 기준을 잡고 그대로 나아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글도 그랬다. 뭔가 거창한 걸 쓰려고 하니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거다. 일상에서의 내 작은 행보. 그것을 통해 성찰하기. 그게 곧 글이다.
나는 깨닫는 게 느려도 너무 느리다. 하지만 언젠가는 깨닫는다는 게 또 감사하달까.
내가 겪은 전체 에피소드를 모두 통틀어 쓸 필요는 없다.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것이 글감이다.
많이 아파 입원 중인 유기견 보리. 녀석이 기력이 없어 움직이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있는데 삐적삐적 일어나더니 배변패드에 가서 쉬를 했다. 야외 견사에 살아서 배변패드를 본 적도 없을 텐데 정확하게 배변패드에 올라가서 한참을 쉬했다.
내가 병문안을 간 그 시점에. 참고 참았다 내가 오니 그제야 안심하고 쉬야를 했던 걸까.
대단한 경험이 뭐가 필요할까. 그 순간, 나는 울컥했고 그를 쓰면 되는 것을.